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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카페 파머스의 크리스마스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카페 파머스의 크리스마스

SHADHA 2025. 2. 18. 09:00

 

 

I 'am a fool to want you

I 'am a fool to want you

To want a love that can't true

A love that's here and others too

I'm a fool to hold you

 

허스키한 빌리 홀리데이의 Jazz와 커피.

맑고 옅은 던힐의 담배향.

차가운 웰치스 그레이프의 보랏빛 목 넘김.

쉬고 싶었다.

깊숙이 몸을 뉘인 채.

 

1. 

넌 잠들려고 한다.

 

어찌하다

삶의 주사위를 

하늘 높은 곳에다 던져놓고

생존 가능성의 절대 조합 숫자를 헤아리는데

붉은 격자창 너머

남쪽 끝자락 동해 바다에서 물들어 오른 파란색 Jazz.

억울하게 모진 죄지은 사람이 

저 스스로 찾아와서

곁에 와서 머무려고 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연민으로

차라리 눈 감고 잠들고 싶은 파머스.

 

어떤 희망의 빛으로 살려 낼 수 있을까 하나

다 막혀버린 하늘 벽에

짙은 한숨 토해놓고 굴려버린 운명 주사위..

..... 어떤 선택도 허용할 수 없음.

그 슬픈 겨울 답장받고 

하늘도, 바다도 무심하여 눈 감고

나도 파머스도 눈을 감고

잠들려고 하는 크리스마스.

 

2.

클라리넷이었는지?

비올라였는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고

얽히고 설치고 하여서

바위 덩어리처럼 꼬여버린 살 타래 한 뭉치.

한 올 한 올 풀어가려는데,

처져 내려앉는 어깻죽지,

마디마디 굳어져 버린 손가락.

.... 커피 탓일까?

 

실종된 욕정.

유혹성 짙은 향수를 뿌린

허리. 24 인치 여인의 교태로운 몸 짓마저

E 단조음.

목젖에서부터 심장까지 굳어버린 언어 기능.

한숨만 

한숨만이 유일한 생존 확인 수단이 되고

저도,

나도 그저 측은하지만 해서

눈 감아버리고 만 

파머스의 크리스마스

 

 

 

#  카페 <파머스>는 1998년 해운대 달맞이 언덕 위에 있었던 작은 펍 레스토랑이었다.

1998년 IMF외환위기로 회사와 모든 것이 파멸에 이르렀을 때,

낮에는 회사에서 고전분투하며 수습 대책을 세우고 퇴근해서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하기 위해

해운대 <파머스>로 와서 따르던 의형제들 3명과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대책도 의논하고, 

술 대신 웰치스 그레이프를 마시며 카드 훌라게임을 하면서 고통과 초조함의 시간들을 메웠다.

1998년 크리스마스 저녁을 파머스에서 보낸 추억이 남아있다.

 

.......1999년<고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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