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해운대 달맞이 언덕과 열려진 하늘 본문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 위로 하늘이 보인다.
아주 오랜만에 하늘이 보인다.
완전한 허무의 끝과
완전한 희망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겨드랑이 가렵다.
푸른 바다와 함께 잘 섞인 하늘
그런 푸른 하늘이 늘 잘보이는 새로운 정착지로 날아가고 싶다.
아직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불행과 고통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보인다.
오래전부터 늘 그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바다 위에도,
산 위에도,
살아있는 사람들 지붕 위에도,
내 머리 위에도 늘 한결같이 있었던 하늘이었는데도,
그게 하늘이었는지,
지옥이었는지,
죽음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 형상을 하고 있어도
아무런 정도 없이 문 닫고 있었나?
얄궂은 삐짐으로 문 닫고 있었나?
있어도 보이지 않던 하늘.
있어도 없는 듯 숨 죽이고 있던 하늘.
1999년 4월이 되어서야
조금씩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푸른 하늘.
이제야 아! 하늘이구나 싶다.
겨우 열린 마음 사이로 보이는 하늘
왜?
하늘을 볼 수 없었던 그 긴 날들 속에
시종일관 왜?
막혀버린 하늘아래, 볼 수 없었던 하늘아래 그대로 있어야 했을까?
시방 드 해답을 찾고 나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날, 그 오랜 고백을 들어본다.....1999년
'독백과 회상 19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포가 보이는 풍경과 니콜키트만 (0) | 2025.03.03 |
---|---|
무신론자 & 미신론자 (0) | 2025.02.28 |
광안리 수변공원의 작은 기적 (0) | 2025.02.27 |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의 지푸라기 (0) | 2025.02.25 |
팔공산 갓바위에서의 108배 (1) | 202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