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련을 털지 못하는 설악산의 이유 본문
1.
동쪽으로
대관령을 넘어도,
한계령을 넘어도,
미시령을 넘어도,
푸른
동해 바다가 있습니다.
참, 가엽기도 하다.
청순해 보이는 바다에 속은 것인지?
순결해 보이는 하늘에 속은 것인지?
진실해 보이는 설악산에 속은 것인지?
심장이 요동치고,
고환이 요동치고,
입술이 타 들어가도
줄 듯,
줄 듯, 애만 태우기를 10년.
아!
이제 훌훌 다 벗어버리고
오랜 갈망의 품 속으로 파고들 때도 되었는데,
힐끔,
요염한 미소 한번 지어주고는
다시 몇 년째 가다리게 하는 무심함
참, 딱하게도 하다.
지독한 짝사랑 인지.
2.
당신은
바다 안개 자욱한 한계령에 서 있어 본 적 있습니까?
겨울바람 매서운 미시령에 서 있어 본 적 있습니까?
하얀 폭설 내리는 대관령에 서 있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은
해 질 무렵, 대포항 선창가에서 산오징어를 통째로 먹어 본 적 있습니까?
이른 아침, 봉포리 해변에서 삼순이 매운탕을 먹어 본 적 있습니까?
어느 때이든, 울산바위 아래에서 초당 순두부를 먹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은
노란 개나리 만발한 봄날에 홀로 영랑호를 걸어 본 적 있습니까?
폭죽 축제가 열린 여름날 밤, 경포대 인파들 속을 걸어 본 적 있습니까?
횡금빛으로 설악산이 빛나는 가을날, 한적한 아야진 해변을 걸어 본 적 있습니까?
온 세상이 하얀 눈 내리는 겨울날, 고즈넉한 신흥사 경내를 걸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은
눈 내리는 용평 스키장에서,
파도소리 정겨운 경포 바닷가에서,
꽃내음 싱그러운 설악동에서,
허스키한 음색의 색소폰 연주가 있는 어느 가을 별장에서,
하얀 새벽이 올 때까지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쉬이
미련을 털지 못하는 설악산의 이유입니다.
1995년 경 부터 2004년 까지 10년간 설악산 아래 토성군에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 시설을 계획하고
부산에서 설악산까지 7번 국도를 타고 수십번을 오르내렸다.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지인의 땅이어서 몇 차례 계획도 수정하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국회까지 드나들며
노력했는데 끝내 무산되었다.
<1999년 독백과 회상>
'독백과 회상 199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역 앞에서 (0) | 2025.03.15 |
---|---|
진주 남강의 추억 (0) | 2025.03.13 |
12년의 인연, 원동 토곡산 (0) | 2025.03.12 |
감악산의 꿈 (0) | 2025.03.11 |
이 나이 쯤 되어서야... (1) | 2025.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