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목련과 함께 봄이 오다 본문

운명아! 너에게 결코 지지 않겠다.
죽지 않을 만큼만 아프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만 배고프게 하고
좌절하지 않을 만큼만의 희망을 갖게 한다.
머물 집이 없어지면 바로 머물 곳을 주고
일터가 없어지면 바로 일터를 주고
벼랑끝에 서면 바로 줄을 던져 준다.
그리 다시 일을 하게 하여
쌓이지 않을 만큼만의 부을 갖게 하고
부가 쌓이려하면 바로 다 거두어간다.
그런 굴곡 많은 삶이 몇 차례 반복되어
나는 그런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희망과 좌절이 교차되고 반복되는 사이에
나는 늘 새로운 삶의 진리들을 배우고 느껴 왔지만
고되고 고통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예언되고 예상되어 있어 그 순리를 따르기로 하여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인 나의 인생 시험.
나는 산으로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나 자신의 존재성에 관하여 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작아져 가는 나를 본 것이다.
그런 나를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이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지만
멈추거나 포기 하지 않았다.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올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나
그런 나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지 않았다.
끝내 산정에 올라서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숨을 맡기고 외쳤다.
...보세요, 나는 나의 운명에게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2006년
목련과 산수유, 하얀 매화꽃가 여기저기 피어나니 봄이 오는 것 같다.
작년에 봄이 올 무렵에는 나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오늘 아침에 밝은 햇살을 받으며 아파트 근처 소공원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꽃 사진을 찍으러 고개를 드니 가벼운 어지러움을 느꼈으나
봄의 향기가 따스한 햇살 따라 가슴에 드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주어진 나의 운명에서 몇 해의 봄이 남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나의 운명에 순응하며 그 봄을 즐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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