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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안동>河回마을에 겨울비는 내리고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안동>河回마을에 겨울비는 내리고

SHADHA 2004. 1. 24. 19:37




安 東 記 1



河回마을에 겨울비는 내리고..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몇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 고독한 시체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위에

한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푸른샘님께서 보내주신 류시화님의 詩 <유서>

  그리고 음악입니다.







1.

내가 사는 땅中

지금 내가 머무는 곳에서부터

가장 깊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이런 초겨울에

그 어느곳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땅.

강원도 태백산맥을 향하였습니다.


밤보다 더 어두워진 오후.

서둘지는 않아도 달려는 가고 싶었는데..

하염없이 쏟아지는 초겨울비가

가야 할 길을 지체시킵니다.

끝내 태백산맥으로 드는 길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깊은밤 낙동강 상류의 古都 안동으로 들었습니다.







2.

깊어지는 밤이 가지마라 하여 가지 아니하고,

아프게 흐르는 겨울비가 가지마라 하여 가지 아니하고,

먼 태백산맥에 내리는 눈이 오지마라 하여

가지 아니하고,

눈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낙동강이 휘어 감아도는 하회마을.

부용정이 보이는 강변뚝을

산책하는 이른 아침.







3.


언제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틀속에서도

쉬지않고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처럼

고정된 관념의 틀을 깨고 나와

스스로가 한정시켜 놓은 만큼만의 자유.

그런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살던 者가

끝내 인간들 스스로가 인위적으로 규정지어 놓은

윤리라는 것과 도덕적 관념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그 틀안에 순응해 버렸습니다.

참, 여린 마음의 자유론자입니다.







4.

비가 내려 강이되고

낙동강이 흘러 남해바다로 간답니다.

하늘도 언제나 그 자리이고,

하회마을도 15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나 또한

변함없이 내가 살아가야하는 그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에 겨울비는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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