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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강구>그 가을밤의 기억 본문

신라의 숨결(경북)

<강구>그 가을밤의 기억

SHADHA 2004. 1. 24. 15:17


韓國 旅行






그 가을밤의 기억

강구港








어두워 진 밤

호텔앞 백사장에 드러누워 발끝을 치는

파도와 그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쪽 하늘에 뜬 별자리들을 헤아렸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나를 매개체로 하여 하나가 되어감을 느낄 수가 있다.

시원한 바람과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이 신비로운 대자연속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로서

존재되고 살아있게 해주었음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밤이 깊어지면 질수록

외로운 곳에서 혼자 보내는 밤은

迷魂香이 가득해 진다.



바다를 털고 일어났다


하늘과 별과 바다와 파도소리만으로는

그 호젓한 외로움을 다 털어 낼 수가 없었던게다.

사람들을 피해 이 바다로 왔건만

금새 사람이 그립다.


그립다.

그저 그 막연한 무엇인가가 허황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떠나오는 여행의 백미는

바로 그 느낌일게다.


바다로 합류하는 작은 강을 가로지르는

좁고 긴 다리를 건너

강구港.

그 해변도로를 천천히 돌고 돌아도

사람들은 간 곳이 없고

횅하니 빈 거리, 골목들...


마을안

낡은 목조 이층집의 다방 간판을 따라들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기에도 아무도 없다.

주방에서 끓이다 만 커피 냄새뿐.

인기척에 주방안쪽 방문이 열리더니

나이가 많이 든 주인마담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왔다.

어렴풋이 떠올려진 어느 소설에선가,

영화에서 느껴지던 시골 다방에서의 낭만감을

기대했건만 도무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끓이고 또 끓인

진하고 탁한 커피한잔을 그저 묵묵히 마셨다.

그제서야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던 마담이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오셨나 보니더....

...아뇨...부산에서 왔습니다.

...도시사람들은 금방 표가 나니더...

...왜 다방에 아가씨들이 한사람도 없습니까 ?

...초저녁에 다 불려 나가니더...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어예...



강구港에서 江을 따라 영덕에 이르는 호젓한 길.

그 길을 달렸다.

모든 창을 다 열어 놓고

쥴리엣 비노쉬의 외로운 얼굴이 떠오르는 영화

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격정적인 음악을

볼륨껏 틀어놓고 달렸다.


그 바닷가 하늘에 떠 있던 별들이

모두 다 날 따라 오고 있었다.

파도소리도...

바람도....


혼자 두기가 딱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