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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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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24 강, 하늘, 그리고 다리

SHADHA 2004. 1. 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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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순




강, 하늘, 그리고 다리

12/10







강이 없었으면 다리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강이 없었으면 하늘이 비춰 볼 수 있었을까.

더불어 배경이 되어 주었다가 사진의 주연이 되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곳들.

나는 영국의 다리 사진을 보면서 '배경'이란 단어를 떠 올렸다.

낯보다 밤에 신비경이 되는 다리

도시에 불빛이 없다는 것은 녹색의 정원에 꽃이 없는 것과 같고

세상에 사람이 없는 것과 같지 않나요?.

나는 가끔 불빛에 속고,
도시의 두 얼굴에 속고,
사진발에 속고,
부분을 보며 전체를 상상하다가
허망하여 속고
팜플렛을 보다가
현장에 가서 속고
................

어차피 인생자체가 꿈꾸다가 속는 게
아닌가 싶다.
사는 것은 꿈꾸는 것이고
죽는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일게다.

속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늘어날수록
인생의 많은 부분을 살아낸 셈이니
억울할 일은 없는 일

저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
영국에 가서 하나의 환상을 깨고 싶다.
대영제국이라는 개념도 벗어버리고 싶다. 오만한 역사의 모자를 쓴 사람들의 모자를 벗기고 싶다.

거만한 역사의 배경을 벗기고
오늘도 한강 다리를 건너온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그들과 나란히 서고 싶다.

영국의 사진에는 사막의 사진에서 보는 하늘이 없다.
선입관의 장애도 있으리라.
그렇기를 바라는
그래서 조금의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길에서 백인들을 만나면 불편하다.
역사의 우월감으로 도배된 저들의 태도에 잘 해주면 아부하는 것 같고
무관심하면 국민성을 의심받을 것 같고 못해주면 불친절한 민족 같고
아무튼 만나지 않음보다
만나는 것이 못하다.
영국이라는 이름 뒤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우리 잘 살아 봅시다. 우리가 후대의
자랑스런  배경이 되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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