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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구룡포 항구 본문
구룡포 항구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신 햇살을 마주하고 달려간다.
갓 떠오르는 태양빛은 언제나 순수하여
그 빛은 더욱 더 선명하다.
기인 어둠끝에서 만나는 빛
포항에서 동쪽끝을 향하여 달려간다.
이른 아침에 동해바다를 향하여 가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현세에서 습관들여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나의 전생중에
먼 동해바다에서
아침햇살에 비늘을 번뜩이며 헤엄치던
청어 한마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날 이른 아침에
구룡포 항구 선착장 해변가를 거닐었다.
밤새도록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어선들...
아침먹이를 찾으러 나선 살찐 갈매기들...
또 한번의 가을은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간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사랑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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