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사진,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시간 여행...
06/30
사진, 알 수 없는 곳으로의 시간 여행...
사진은 기본적으로 여행이다. 최초의 사진을 찍은 니엡스는 발명가이기는 했지만 사진을 가지고 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사진이라는 범주와 여행이라는 범주는 아직 서로 연관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찍은 최초의 사진은 멀리 가지 않고 자기 집 창에서 바깥을 보고 찍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은 여행을 실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바깥을 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은 여행의 단초를 보여주기는 했다. 니엡스가 이룬 최대의 성과는 그 자신은 비록 여행을 떠나지는 못했지만, 후대의 사진가들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었다는 점이다.
여행과 사진이라는 범주가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진이 좀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여행에 대한 욕망이 판도라의 상자에 꼭꼭 쟁여져 있다가 풀려나듯이, 그 후의 사진가들은 사진기를 들고 전 세계로 사진여행을 떠났다. 하도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사진과 여행이 만나는 차원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양상들이 나타났다.
1.여행의 기록으로서의 사진 2.여행의 동기로서의 사진, 즉 촬영이 목적인 사진. 3.여행의 대용으로서의 사진. 4.삶의 대용으로서의 사진. 5.여행 자체로서의 사진.
그래서 이제 사진은 여행 자체가 되었다. 수잔 손탁이 아프리카에 사냥간 사람이 짐승을 잡아오지 않고 사진이 든 엽서만 잔뜩 사 가지고 온 이야기를 썼듯이, 사진을 본다는 것 자체가 여행의 체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사진은 독립된 영토처럼 그 안에 나름의 구성원들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이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온갖 불안함과 낯설음은 사진 속에도 다 들어 있다. 어떤 사진은 갑작스러운 찌름으로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아주 긴 지루함으로 우리를 늘어지게도 한다.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온갖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은 사진에서도 풍부하게 발견된다. 이번 사진 페스티벌도 하나의 여행이다.
글쓴이 : 이영준 (사진 평론가)
2001 Photo Festival (제1회 사진, 영상 페스티벌) 의 도록글 중에서 옮김. 2001.6.22-7.22 가나 아트 센타 전관, 토탈 미술관/평창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