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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대구>驛의 추억 본문

大분지에서(대구)

<대구>驛의 추억

SHADHA 2004. 2. 21. 01:24


韓 國 旅 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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驛의 추억

동대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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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엇이 제일 먹고 싶나 ?

...짜장면요...


덤프트럭 짐칸에 실린 우리 일행은 따블백 하나씩 들고

시골 촌 병아리처럼 대구시내를 가로 질러

동대구역 BOQ에 도착했다.

대구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을 받고 배치된 자대로 가기 위해,

훈련병의 딱지를 떼고 진짜 군인이 되러 가는

길목의 동대구역.


운이 좋게도 우리를 인솔한 사람은 부산출신의 하사관.

BOQ 바닥에 앉아 허겁지겁 짜장면 한그릇을 비우고 있을 때,

...대구아들은 오늘밤 너거집에 가서 자고 내일 여기에 모인다.

자대에 입소 시간은 그 다음날 저녁 8시 전까지였다.

대구출신 훈련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부산아들 손들어 봐라..

난 군기가 바싹든 표정으로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너거 내일 오후 8시까지 안동에 한놈도 빠짐없이 도착 할 수 있겄나?

목청이 터지라 대답했다.

...예 !

그날 오후 따불백 울러매고 부산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하루밤을 집에서 보내게 되는 외박..그것은 행운이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것은 둘째치고

시커먼 얼굴로도 서면으로 달려나가 꼭지를 만나고 싶었다.

서울로 취직하러 떠난 여자 친구대신

빈틈을 메우 듯 그새 부산에다 여자 친구 하나 더 두어

양다리를 걸쳐 놓은 덕분에

서울로 가지 않아도 그리움의 갈증을 해소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추억을 담고 있는 동대구역.




IMF사태가 기승을 부리던 1998년 여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할 때,

3천만원짜리 어음 한장을 바꾸려 대구까지 왔었다.

동대구역앞 아스팔트 마당이 뜨거운 햇살에 녹아

발이 바닥으로 쑥쑥 빠지는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더위.

살려고 달려와서

몇시간을 그 무더운 더위속에서 돌고 돌아도

끝내 빈 손이 되어

처진 어깨로 되돌아 가야 했던

그 더운 날의 동대구역.



그 해 여름 이후

한달에 한두번씩 꼭 들르게 되던 그 역이

이제는 일주일에도 두번이상을 내 집처럼 드나들다 보니,

이제는 부산역이 내 고향역인지,

동대구역이 내 고향역인지,

구분이 안간다...


동대구역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세련되고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지는 것은 좋은데

그동안 쌓아 놓았던 추억의 흔적들이 또 사라져 간다.


오늘저녁에도

그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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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 Andy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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