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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 본문

풍경소리 (山寺)

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

SHADHA 2006. 1. 5. 00:04

 




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

仙巖寺 雲水庵






겨울 해질녘
인적 없는 선암사 계곡
가삼 자락에 묻은 잡념 떨치듯
홀로 걷는 나그네

스산한 골짜기
있는 것이라곤
물소리 바람소리뿐이던데
잰걸음 걷는다고
반기실 님이 뉘 신고

때마침
선암사 법고소리
두두둥
두두둥
한참이나 신이 난다

북 소리 그치고 깨어보니
물도 바람도
멈추고
나도 그 자리에 없구나
선암사에 나 없으니
반기실 님 있다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

愚山 김 세영 <선암사 법고 소리>...







선암사 운수암(雲水庵)은
지명 스님과 학인스님들이 기거하고 있는 비구니 암자다.
선암사의 이름에 가려 오히려 찾는 이들이 드물다.
선암사 차 밭뒤로 난 길을 따라 해칠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10분이면 닿을 가까운 거리인데도
여기까지 찾아드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인적 드문 이 곳 마당에 올해도 어김없이 개복숭아나무와
왕버꽃 나무는 가지 휘어지도록 많은 꽃을 피웠다.
그 고운 꽃잎 보며 봄날 지명스님은
<아이고 아까워라>는 탄성을 몇 번이고 내지르곤 했다.
좋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나누고픈 마음 때문이다.
어쩌면 그 마음으로 된장을 만들고 간장을 만드는지 모른다.
지난해만 해도 콩 10가마니나 장을 담그었다.
찾는 사람들이 있고,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반갑다 하신다.
요사채 옆에 장독들이 나란하고 정결하다.
지명스님은 장 만드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운수암에 오면서부터다.
이곳에서 지낸 4년 간의 생활을 스님은 한마디로 표현한다.
<농사꾼 다 됐지요.>
거칠고 두툼한 손은 농사꾼의 손이다.
암자 주변의 밭들을 다 일궈냈다.

<불가엔 일일부작 일일부식이란 말도 있고
선농일치란 말도 있지요.
조계산 자락의 밭들은 수행터 삼아
마음밭을 일구듯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땅에 가까워지면서부터 관할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자연이 주는 무궁무진한 은혜에 눈뜨는 나날입니다.
기르는 일의 경이로움, 생명의 소중함,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일의 중함을 몸으로 느껴 알게 된 거지요.>

스님은 농사를 지으며 이 좋은 자연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방법을 생각했다.
장을 만들고 온갖 음식들을 만들게 된 연유이기도 할 것이다.

<예로부터 된장에 오덕이 있다 했습니다.
다른 맛이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아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아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주므로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므로 화심(和心)이라 했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이 쫓을 아름다운 덕들이
된장 속에 이미 다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된장을 만들고 먹으며
그 뜻만 알아차려도 얼마나 복된 일이겠습니까.>

그 덕을 갖추기까지
된장에 무수한 손길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듯
사람이 덕을 향해 가는 길도 매한가지라는 게
지명스님의 생각이다.

...<숨은 남도 여행>중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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