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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대구 옻골마을 산책 본문
대구 옻골마을 산책
경주 최씨 집성촌
마음이 외로운 날,
과수원길을 따라 팔공산 기슭으로 든다.
구멍가게도
식당도 하나 없는 작은 마을 입구에 선
커다란 회화나무 두그루가
옻골마을임을 알게 한다.
작은 시냇물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니
다듬지 않은 옛 한옥마을이 큰 매력없이 펼쳐지나,
옛스런운 돌담길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그 담장마다,
길목마다,
유난히도 많이 핀 연분홍, 보라빛 나팔꽃이
그래도 정감어린 얼굴로 맞아준다.
성리학의 영향을 크게 받은 옻골마을의 건물 배치.
성리학에서는 건물 배치에도 위계를 둔다.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물은 가장 뒤에 배치되는데,
마을 제일 안쪽에 종가가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종가 중에서도 조상의 공간인 사당이
가장 뒷쪽으로 들어가 앉았다.
옻골마을의 종가는 조선 영조 때의 학자 백불암(百弗庵)
최흥원 선생의 호를 따 <백불고택>이라 불리는데,
대구지역 주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대구광역시 민속자료 제1호이기도 하다.
종가의 동쪽에 자리잡은 보본당의 너른 마루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짜 맞춘 것으로,
이음새의 빈틈조차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기둥 아래 주춧돌의 높이도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자로 잰 듯한 인공미를 배제하였고
눈길을 끄는 것은 굴도리는
서까래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 위에 건너지른 나무가
곧지 않고 구불구불하다.
나무 본래의 모양을 살려 통으로 쓴 것인데,
곡선미와 자연미가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개울물 소리따라 드니 주변 풍광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계정이 잡풀에 덮힌 채 한가롭게 자리잡고 있다.
옻골마을은
솔직히 크게 볼 것이 없다.
그러나 돌담길과 그 한가로운 풍경속에 숨어있는
작은 풍경들을 느낄 수 있다면 산책할 만 하다.
돌아나오는 길목에서 만나는
마른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느티나무숲.
마을의 양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보호숲의
한적한 풍경이 잘가라고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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