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가을과 고독이 만나는 밤 본문

가야의 땅(경남)

가을과 고독이 만나는 밤

SHADHA 2006. 11. 3. 17:40

 




가을과 고독이 만나는 밤

함양 안의 마을







북으로는 덕유산,
남으로는 지리산으로 둘러싸여
용추계곡의 절경과
화림풍류의 아름다운 江이 만나는 곳.
역사 깊은 마을 안의.
안의의 가을 밤은 다른 곳보다 빨리 온다.

그 마을에 작은 주택하나 공사맡아 직접 집짓는
가난한 시공자와
나이든 도목수 한사람.
내 의형제인 토목쟁이가
먼 길 가겠다는 나를 붙잡아 앉혔다.

허름한 *함바집 식당의 양철 원탁에 둘러 앉았다.
*<함바집...공사할 때 인부들의 식사를 맡아주는 식당>
커다란 냄비에 가득 각종 오뎅을 넣어서 오뎅탕을 끓이고
토종 돼지고기에 굵은 파를 숭숭 썰어 고추장에 버물여서
맛있게 두루치기를 요리하여 내놓았다.
잘 익은 시골 김치와 뜨거운 밥.
그리고 소주잔이 돌았다.

...차도 안가지고 오셨는데 뭐할라꼬 서두십니꺼...
그냥 우리하고 소주 한잔 하시고 주무시고 가이소...
내일 일요일인데 동호정앞에 가서 낚시해서
매운탕 끓여먹고 쉬다 가시면 안됩니꺼...
숙소가 좀 후지긴해도 주무실만 합니더...

그러게...서둘러 부산으로 돌아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가을밤이 짙게 오고 더 적막할 것 같은
안의마을에서 만나게 될 짙은 고독감이 두려웠다.

...부산가는 마지막 버스가 이미 떠났습니더...
그냥 자고 가이소...

함양에서 6시 30분이면 부산가는 마지막 버스가 떠나 버린다.

...진주로 가면 되지, 진주가서도 부산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면
마산으로 가고, 마산에서 버스가 없으면 김해로 가고
김해 가서도 버스를 놓치면 낙동강을 건너 걸어가면 되지...

내가 한번 고집을 피우면 쉽게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토목쟁이 의동생은 나를 놓아 주기로 한다.

...아마, 진주에서는 부산가는 막차가 9시 넘도록 있을낍니더..
기왕 늦은거 많이 드시고 가시이소...

마음은 그 자리를 떠나 부산으로 가려 하고 있으나,
구수하고 편안한 허름한 함바집의 양철 식탁이 좋고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그런 분위기를 뒤에다 두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情담긴 손들을 마주잡고 인사만 하고 마중 나오는 것을 사양했다.
종일 땀흘리며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갖는 저녁의 휴식.
소주 한잔 곁들이며 쉬는 사람들을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토목쟁이 의동생만이 시외버스정류장까지 배웅을 나왔다.

강가의 안의 시외버스 정류장.
건물도 없고 한쪽 구석에 매표소 하나 있고
긴 나무 의자 몇 개가 옥외에 놓여 있다.
그 깊은 어둠속에 이따금씩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어오면
어디론가 가는 버스들이 들어 오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 나무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니
적막속에서 평온과 자유로움이 몰려왔다.

기다리는 승객이 거의 없는 정류장에서
홀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이 좋다.
자유로움이다....

지리산 깊은 마을 안의의 가을밤은
별이 빛나는 하늘아래에서 깊어만 가는데...







안의 광풍루







연암 물레방아 공원









용추계곡 심원정













안의마을 풍경























'가야의 땅(경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해 연지공원 산책  (0) 2006.11.24
진주성의 야경  (0) 2006.11.06
오도재와 지안재  (0) 2006.10.22
섬진강과 화개장터  (0) 2006.10.15
코스모스 핀 평사리 풍경  (0) 200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