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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봄 비와 파리의 추억 본문

오딧세이의 꿈

봄 비와 파리의 추억

SHADHA 2007. 4. 1. 23:40

 




봄 비와 파리의 추억

영화 <사랑해, 파리>를 보고,





상젤리제의 동쪽 끝.
안개속에 흠뻑 젖어 있는 콩코르드,
그 루이 15세의 광장에서
海神 트리톤의 고독과
비를 맞고 선
제 8 요일의 女人 아그네스카를 만나고,
뤼소르 오벨리스크 끝을 따라
하늘 속으로 올라가 버린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을 가른 단두대와
우아한 분수의 만남이 있는 곳.
하얀 입김과 함께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안개속으로 흡입되어 가는데,
리볼리街를 지나는 車窓마다 비치는
우수 가득한 콩코르드 광장.

환전소앞 회랑곁에 무심하게 서성이는
까만 흑인사내의 무표정한 얼굴위에 내리는 봄 비.
캐노피없는 지하철역 입구쪽으로 다가서는
비에 젖은 하얀 브라우스에 비치는 하얀 살결을 가진
붉은 우산의 아름다운 여인.

...커피 한잔의 욕망을 느낀다.

봄 비를 피해
낡고 좁은 지하 통로로 피신한
거리 악사들의 바이얼린 단조음이
회색 파스텔톤의 광장 하늘가로 흐르는데....
제인마치의 선정적인 입술이 그려진 그림과
샹송풍 재즈, 그리고 안개비.
이브몽땅의 우수에 젖은 목소리까지,

비 오는 날엔
홀로 이 광장에 머물러선 안된다.
멀리 비 안개속에 보이는 에펠탑으로 하여
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더욱 더 외롭다.
외롭다....

...1993년 3월 <우수에 젖은 콩코르드> shadha...





주룩.
주룩.

아하!
봄 비로 젖는
보즈광장 한모퉁이에서
비내리는 파리의 하늘을 봅니다.

풍화의 울타리 壁안에서
오랜 세월을 생존한 담쟁이 덩쿨이
화석처럼 굳어져 가는
초록빛 장원과 연두빛 지붕의
6번가 미술관.

무릇,
그 한켠에
펜 끝으로 가난자욱 지우려던
빅토르 위고의 흔적과
몇 줌의 토양에 뿌리를 내려
쉬지 않고 빛깔 노란 장미를 피워
역사의 흐름을 멈추게 하는
장미 줄기의 회유.
그래서
빗물에 젖어
펄럭이지도 못하는 깃발이래도,
자유로움.

반나절쯤이래도
빗속에
이 장원에 머물다 보면
나도 왠만큼 자유로워 질겐가?
하여........

....1993.3 <자유로운 비, 그리고 파리>shadha...





호텔들이 즐비한 골목길안 호텔.
바깥날씨가 꽤나 추웠나 보다.
새벽녁에 선잠에서 깨어 窓의 속커텐까지 둘러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덕분에 아침 9시까지 미련도 없이 늦잠을 자게 되었다.
해 뜰무렵에 일어나 몽빠르나스로 가려했던 계획이 무산되었지만,
10시간 정도 정신없이 잔 덕분으로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해 졌다.
커텐을 여니 아직 파리는 청회색이다.
치적 치적 파리의 봄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어제 아침 세느강에서의 비는 좋았지만
파리의 모든 날들을 빗속에서 다 보낸다는 것은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

창 밖 맞은편 호텔 현관앞에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
두 일본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다행히 창문턱이 높아 허리 아래쪽은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웃어준다..같은 동족인 줄 아는 모양이다...어림도 없다.
비슷하게 생겨도 일본인과 한국인은 쉽게 구별할 줄 안다.
외국에서 만나는 일본인들은
요란하지 않고 옷차림새가 다소 촌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호텔 1층 식당에서의 아침식사.
옆자리에 다정하게 앉은 영국인 노부부의 여행이 정겨워 보인다.
여려진 손아귀 힘 탓으로 잼 뚜껑을 쉽게 열지 못하여
애를 쓰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잼 뚜껑이란 뚜껑은 다 열어주었다.
그들이 보내주는 미소속에 아침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오페라가의 남쪽 Le Ritz와 마들레느사원 일대,
튈르리 정원과 콩코르드 광장,
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인 엘리제 궁 주변과
프티팔레, 그랑팔레..세느강을 따라 돌아오는 오전 일과.
부슬 부슬내리는 파리의 봄비를 맞으며.....

....1993. 3 <파리의 이틀째되는 날 일기중에서>shadha...





언제나 낯선 곳에서의 밤은
가볍게 다가오는 공포와 함께
말초 신경을 긴장시키는 묘한 쾌락을 준다.

어두운 카사노바 거리에 파스텔톤의 봄 비가 내리고 있을 때,
좁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벽이며, 천정이며, 테이블보까지 초록빛인 작은 지하 식당.
벽에는 작은 유화그림 액자 두개만이 걸려 있고,
서너개의 테이블엔 촛불들이 켜져 있다.
유리잔에 꽂힌 장미꽃 한송이와 함께,
작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봄 비 내리는 날,
잠시 머물기에 안락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향 가득한 바닷가재의 하얀 성긴 살들을
입안 가득넣고,
어떤 욕망을 털어 내기 위하여 포식을 하려했다.

年輪의 검은 때로 하여
검고, 희고, 노랗게,
또는 회색으로 얼룩져도
原初의 자태를 잃지 않으려는 오페라 하우스.
그 광장앞을 지났다.
빗물에 젖은 입술에서 담백한 버터향이 났다.
아! 나는 이제 배부른 자유인이다.

올랭피아 극장앞,
봄 비속에서도 흥청이는 파리지엥 群.
간살없는 窓을 가진 거리의 카페 풍경.
붉은 라벨의 와인을 마시는 연인들.
하얀 강아지 한마리 가슴에 안고
구월의 거리를 바라다 보는 여인.
추레한 눈빛으로 향짙은 담배를 피우는 노인과,
이마를 마주대거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거나 하여 사랑질하는 파리의 밤.
부풀어 올랐다 다시 꺼져버리는
맥주잔속의 거품속으로 잠겨가는
파리의 밤.

하우스만 어두운 가로등 아래
홀로 기대어 선 아름다운 고독이 유혹한다.
그 푸른 눈동자의 고독곁으로 다가섰다.
아름다운 고독과 마음이 통했으나,
차마 용기없는 이방인은 가로등 아래로 부터
속절없이 떠나려한다.
파리의 봄 비에 심란해진 욕망,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해
가로등 아래 고독곁으로 다가갔다가,
이내 돌아서려 한다.

....why ?

그냥 그 자리를 떠나야한다.

...do over again to come.
....when ?
....tomorrow..
....really ?
....yes, tomorrow...tomorrow..

다시 세느 강으로 가자.
늘 혼자 흐르는 그 세느江곁으로
위안 받으러 가자.

....tomorrow !

...1993.3 <慾望의 夜行>shadha...





밤 간식으로
상젤리제의 한 레스토랑에서
버터 국물에 삶은 홍합 한그릇을 먹고
다시 야행길에 오른다.

은밀한 수색을 시작하는
척후병처럼,

파리의 달빛아래서.
파리의 별빛아래서,
파리의 불빛아래서,

개선문을 돌아
에펠탑을 향하는 거리 디예나.

세느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갖은 역사이거나,
빅토르 위고가 채 다 남기지 못한 사연이거나,
망명객 라비크의 고독까지도 휘감고 돌아와
순결치 못한 시선을 가진 者를 치고 도니
그가 홀로 노래한다.

카메라 줄을 잡고
파리의 하늘에다 바람개비 돌리듯
카메라를 돌려대고,
세걸음 걷고 탭댄스,
다시 세걸음 걷고 탭댄스를 춘다.
한국어, 영어, 불어가
순서도 없이,
뜻도 없이,
자유롭게 혼합되어
그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아 듣지 못하는 노래.
장조도, 단조도 아닌,
희한한 노래를 부른다.

...오! 뷰우티풀 파리...
봉쥴, 봉쥴..디예나,
아름다운 디예나여...

한적한 디예나 거리의 가로등을 돌고
돌아오는 메아리와 함께
에펠탑으로 간다.

...1993.3 <디예나여! 디예나여!>shadha...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붉은 꽃잎들이
江흐름을 따를 때,
심란한 나의 想念은
금빛 미라보 교각에 걸린 채
沈潛.

무엇을 원하는걸까?
무엇을 원하지 않는걸까?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하여
나는 지나치게 오만하지 아니한가 ?
혹, 위선하며 살고 있지 아니한가?

수습되지도 않는 野望과
성취욕에 도취되어 들 떠 있는 자신감.
또는 愛慾과 所有慾에
가득찬 者.

聖 크리스토퍼 聖堂 後庭,
편백나무 잎사귀에
봄 비 흐를 때
그저 한숨 짓는데....

파리 3월의 아침.
미라보 다리에 내리는 비는
그 알 수 없는 哀想에 젖어
그리움 가득한 비가 되고.

아!

아직도
붉은 꽃잎들이
세느江을 따라 가고 있다.

...1993.3. <新 미라보 戀歌>shadha...






영화 <사랑해, 파리>
< Paris, Je T'Aime, 2006 >





3월의 마지막날 밤.
창 밖에는 여린 봄 비가 내리고
나는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었다.
<사랑해, 파리>

조엘 코엔등 20명의 세계적인 감독들이
아름다운 파리의 18곳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18가지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18편의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몽마르뜨 언덕으로부터 시작하여
세느 강변, 마레 지구, 피갈 거리등
눈에 익은 풍경들이
그 영화속에서 아련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1993년 3월
그 봄에 나는 파리에 3박 4일동안 머물렀었다.
그 3월의 파리는 이틀동안 봄 비에 흠뻑 젖어 있었으나
내 젊은 날의 추억으로
황홀할 만큼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는 파리가
봄 비속에 스물 스물 되살아 나오기 시작했다.
14년만에...





감 독 : 조엘 코엔외 19인

주 연
나탈리 포트만 Natalie Portman
일라이저 우드 Elijah Wood 
쥴리엣 비노쉬 Juliette Binoche
스티브 부세미 Steve Buscemi
윌렘 데포 Willem Dafoe
미란다 리차드슨 Miranda Richardson
닉 놀테 Nick Nolte
제라르 드빠르디유 Gerard Depardieu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아멜리에>의 프로듀서가 전세계 최고의 감독 20명과 찍은
18편의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파리를 배경으로 한 18가지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5분의 제한 시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사랑의 도시, 파리>라는 주제이다.
각각의 감독들은 이 주제를 받아들이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듬뿍 담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를 연상시키는 내레이션으로 연결된
18편의 짧은 영화들은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훈훈한 사랑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동안 사랑이야기를 찍기.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차이나타운, 마레, 센 강변 등
파리 곳곳을 배경으로,
현대 파리의 일상과 주인공들의 천차만별 사랑,
그리고 세계 곳곳의 감독들이 파리에 보내는 사랑이 함께 어우러진다.
감독들 각자의 개성과
세계적인 스타들의 모습이 몽타주된 감미로운 영화.

...자료글 편집...




음악 : Moldova from 'GYPSY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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