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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태안반도 만리포 해수욕장 풍경 본문

中部의 香(충청)

태안반도 만리포 해수욕장 풍경

SHADHA 2007. 6. 23. 09:29

 




태안반도 만리포 해수욕장 풍경

하루동안의 가장 멀고도 긴 여행





여행과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는
하루 만에 아주 길고도 먼 여행길을 다닌 적이 많았다.
차를 몰고 서울까지 갔다가 일을 마치고 바로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은 기본이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서 업무를 보고 다시 설악산까지 당일에 주행하기도 했으며,
수원에서 시작하여 서해안국도를 따라 내려와 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도 와 보았으며,
오후 2시에 부산을 출발하여 강원도 영월 산골마을까지 가서 30분간의 업무를 보고
바로 부산으로 돌아오는 10시간 동안의 쉬지 않는 운전도 해보았다.
그러나 2007년 6월 21일,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하루 동안의 가장 멀고 기나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침 6시 반에 눈을 뜬 나는 뉴스를 듣다가 끔찍한 일기예보를 들었다...

....중국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장마가 오늘 우리나라 남부와 서해안에 도착하여
50~80mm의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며, 오후부터 곳에 따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돌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여름의 이른 장마철이 시작된 것이다.
어제 대구 H사장과 서해안 서쪽 끝에 있는 태안반도의 현장을 답사하기로 약속했었다.
거리상으로는 당일에 다녀오기에 부담스럽게 먼 곳은 아니지만
부산이나 대구에서 그리로 가는 길이 단순하지는 않고
서해안으로 다가오는 장마 비가 염려되었다.

망설이던 나는 결국 부산驛에서 8시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오전9시에 도착하고
동대구역 앞에 마중 나온 H사장의 차를 타고 9시 20분에 대구를 출발했다.
부산이나 대구의 날씨는 아직 흐리기만 할 뿐 비가 쉽게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기상청 단체 야유회 가는 날,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흐리긴 하지만 염려했던 것보다 맑은 날씨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추풍령 휴게소에 잠시 들러 유부우동 한 그릇으로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대전을 지나고 천안을 지나며 북으로, 북으로 올랐다.
그러나 천안과 평택사이를 지날 때부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빗방울이 차창을 두들기기 시작하더니 평택을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늘 지나가고 싶어 하던 서해대교를 지날 때는
짙은 안개와 거세게 몰아치는 비 때문에 내려보지도 못하고 서해대교를 건넜다.

낯선 곳의 초행길, 서산 IC에서 내린 우리는 서산을 지나고 태안으로 향했다.
태안군청에 들러 몇 가지 조사를 하고, 현장 답사를 무사히 마친 우리는
그냥 대구로 돌아오기 섭섭하여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오후 3시 반이 넘은 시간,
장마 비와 싸우며 태안반도의 목적지에는 우리가 예상한 시간 안에 도착하고
일을 끝냈지만 다시 돌아가는 길이 다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점심식사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만리포 해안에 차를 세우고
우럭 매운탕으로 아주 많이 늦은 점심식사를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맛있게 먹으며 즐겼다.

장마 비가 내리고 있는 만리포.
남한의 육지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다는 만리포 해수욕장.
넓고 넓은 백사장에는 해수욕장 개장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예행연습 풍경이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서해 바다 풍경이 어두운 회색 하늘아래에 펼쳐져 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여기에 머물면서 안면도까지 다시 돌아보고 가고 싶었지만,
내일의 스케줄과 날씨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남긴 채, 태안반도를 떠나야 했다. 오후 4시 반.

국도를 타고 서산을 거쳐 해미까지 나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남하를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퍼 붙는 빗줄기와 짙은 안개로 도로표지판조차도 보이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시속 80Km 이하의 속도로 서행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령과 서천을 지나 동군산 IC에서 내려 전주로 향하는 국도를 타고 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7시를 지나고 있었다.
눈에 비교적 익숙한 전주 시내를 지나 남원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쉼 없이 달렸다.
어차피 오후 5시 이후에는 밤이나 다름없는 어둠 속의 도로를 달렸으나,
본격적인 밤이 찾아온 전주 남원 사이 국도는 질흙 같은 어두움 속을 달려야 했다.
낮에는 몇 번 지나간 적이 있는 그 길이 하염없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때로는 곳곳에 엄청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기도 했다.
지나가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들이 튀기는 엄청난 물세례가 차창을 덮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는 도로변의 물구덩이 때문에 차가 중심을 잃기도 여러 번....
목은 마르고 지난 밤 설친 잠으로 피곤함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밤 9시 반이 넘어서야 우리는 남원을 지나 88고속도로에 차를 올릴 수 있었다.

지리산 쪽으로 다가 갈수록 엄청난 비가 더욱 더 쏟아져 내리고,
중앙 분리대가 없는 88고속도로의 비 내리는 깊고 어두운 밤 주행은
호젓한 낭만에 젖어 드라이브하던 길이 아니고 죽음 옆을 스쳐가는 길이라 느껴졌다.

우리는 한 치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지리산 휴게소에 들러
한 대의 담배와 한 잔의 커피, 그리고 한 캔의 시원한 녹차를 마시며
지리산의 깊은 밤, 그 엄청난 쓸쓸함을 잠시 즐기고는 다시 대구로 향했다.
이윽고 동대구역 앞 도착은 밤 11시 20분이였다.
아침 9시 20분에 여기에서 떠나 14시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11시 40분 부산 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0시 50분에 도착,
속절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역 광장에 잠시 머물러 섰다가
택시타고 귀가한 시간은 1시 20분.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서서 18시간 만에
장마의 첫 비속에 우리의 땅, 절반인 서쪽부분을 돌고 돌아서 귀향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깊은 단잠에 빠져 들었다.

21일 태안반도와 서산에 내린 비는 이날 국내 최고 강수량이었다고 한다.








































태안반도 가는 길

추풍령 휴게소



천안과 평택사이 빗방울 떨어지는 경부고속도로



서해 대교를 건너며



88고속도로의 지리산 휴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