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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남해 망운산 화방사 본문
연등이 피는 나무가 있는 山寺
남해 망운산 화방사 花芳寺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이 있는 섬으로 잠시 들어선 늦은 가을 오후.
...이 지독한 번뇌만 털어낼 수 있다면 굶어도 살겠다....
망운산 동쪽 기슭에 얼굴을 드러내고 앉은 산사,
늦은 가을의 쓸쓸함이 산에 가려진 태양빛으로 하여 더욱 그러하다.
茶香이 흐르는 반야교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니
두개의 석등이 지키는 일주문이 나오고 그 일주문 뒤로
낙엽이 쌓이고 바람에 날리는 길이 열리며
한쪽 얕은 계곡 개울에는 차가운 물소리가 흐르고,
한쪽 그늘진 산등성이에는 귀한 산닥나무가 숲을 이루고
다시 돌계단으로 하여 또 산으로 오르게 한다.
오르려다 멈추고, 오르려다 멈춰버리는 내 삶과 닮았다.
그 돌계단 끝에 다시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 너머로
오랜 건축물 채진루가 보인다.
가을 하늘아래 연등이 가득 피어있는 고목곁으로
남해 12경 중 제 9경인 망운산 화방사가 활짝 열려있다.
푸른 하늘과 남해바다,
석탑과 연등이 피어있는 나무와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의 노래소리.
소슬한 늦가을 바람과 소슬한 풍경,
소슬한 마음이 떠나가는 가을앞에 머물러 섰다.
...이 지독한 번뇌만 털어낼 수 있다면 굶어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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