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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산동네의 오래된 추억, 호천마을 본문

靑魚回鄕(부산)

산동네의 오래된 추억, 호천마을

SHADHA 2025. 1. 10. 09:00

 

 

까치의 노랫소리가 푸른 하늘로
파랗게 퍼지던 가을날,
초등학교(국민학교) 5학년인 나는 동네 아이들을 따라
교통부 산동네 마을이 끝나는
고원견산을 향해 오르는 산마루에서부터
갈대가지를 꺽어 들고 흔들어 대거나
마른 소나무가지를 다듬어 손에다 들고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산으로 들었었다.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산등성이 큰 바위에 걸터앉아
동쪽 멀리 또 다른 산 황령산을 바라다보곤 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줄로 주욱 줄을 서서 산골짜기를 향해
걷고 걸었다.
뒤에서 따라오며 주변 관심사를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끊일줄을 몰랐다.

...있제, 동훈이 저거 누나 알제 ?
...응,
...그 동훈이 누나가 군대 갔다 온 오봉이 저거 형하고 연애한다더라...
...누가 그러데 ?
... 안있나.. 동훈이가 저거 누나 방문을 확 여니까 그 형하고
  홀라당 다 벗고 끌어 안고 있었다 하더라...
...그래갔고 ?
... 동훈이가 저거 엄마한테 일라준다 하니까 그 형이 과자 사 먹으라고 돈 줬다 하더라...
...와! 동훈이 글마 땡잡았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산골짜기 골짜기 울려 퍼졌다.

군데군데 채전밭도 지나고
마당 한가운데 연꽃이 가득한 작은 연못이 있는
아담한 산사도 지나고.
그 아래로 6.25 동란 이후 자리 잡은 산골 판잣집들이
군데군데 있어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물 한 바가지씩 얻어 마실 수가 있었다.
아이들 모두 작은 개울가에 모여 앉아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파란 하늘을 보기도 했다.

이 가을에
문득 그 오래전의 가을 추억이 떠올라
그 산길을 걸었다.
지나온 세월들이 그곳들을 많이 변하게 하였으나
간간이 아직도 그때 그 풍경들이 남아 있었고
산등성이에 무허가 집들이 훨씬 더 많이 들어서 있었다.
나는 그 가난한 골목길들을 돌며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마을과 집들을 연상했다.
가난과 평온,
또는 가난과 행복은 꼭 반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가을 추억 산책에서
잃어버렸던 어린시절의 나를,
나를 찾으려 하는 것 같았다..... 2003년

 

 

우연히 예전에 블로그를 올렸던 글 중에서 2003년에 썼던 안창의 추억을 다시 읽어보니 오래전 추억이 새롭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58년 전인 1966년 경에 동네 친구들과 동네의 뒷산에 위치한 호천마을에 놀러 갔을 때의 

추억이었다.

20년 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58년 전의 추억을 다시 되새겨 읽어보는 재미도 즐겁다.

세월은 그렇게 흐른다......

 

 

 

 

2003년 촬영한 안창 호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