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 旅行
그 가을밤의
기억
강구港
어두워
진 밤
호텔앞 백사장에 드러누워 발끝을 치는
파도와 그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쪽 하늘에 뜬 별자리들을
헤아렸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나를 매개체로 하여 하나가 되어감을 느낄 수가 있다.
시원한 바람과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이 신비로운 대자연속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로서
존재되고 살아있게 해주었음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밤이 깊어지면 질수록
외로운 곳에서 혼자 보내는 밤은
迷魂香이 가득해
진다.
바다를 털고 일어났다
하늘과 별과 바다와 파도소리만으로는
그 호젓한 외로움을
다 털어 낼 수가 없었던게다.
사람들을 피해 이 바다로 왔건만
금새 사람이
그립다.
그립다.
그저 그 막연한 무엇인가가 허황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떠나오는 여행의
백미는
바로 그 느낌일게다.
바다로 합류하는 작은 강을 가로지르는
좁고 긴 다리를
건너
강구港.
그 해변도로를 천천히 돌고 돌아도
사람들은 간 곳이 없고
횅하니 빈 거리,
골목들...
마을안
낡은 목조 이층집의 다방 간판을 따라들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기에도 아무도 없다.
주방에서 끓이다 만 커피 냄새뿐.
인기척에 주방안쪽 방문이
열리더니
나이가 많이 든 주인마담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왔다.
어렴풋이 떠올려진 어느 소설에선가,
영화에서
느껴지던 시골 다방에서의 낭만감을
기대했건만 도무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끓이고 또 끓인
진하고 탁한
커피한잔을 그저 묵묵히 마셨다.
그제서야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던 마담이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오셨나
보니더....
...아뇨...부산에서 왔습니다.
...도시사람들은 금방 표가 나니더...
...왜 다방에
아가씨들이 한사람도 없습니까 ?
...초저녁에 다 불려 나가니더...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어예...
강구港에서 江을 따라 영덕에 이르는 호젓한 길.
그 길을 달렸다.
모든 창을 다
열어 놓고
쥴리엣 비노쉬의 외로운 얼굴이 떠오르는 영화
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격정적인 음악을
볼륨껏 틀어놓고 달렸다.
그 바닷가 하늘에 떠 있던 별들이
모두 다 날 따라 오고
있었다.
파도소리도...
바람도....
혼자 두기가 딱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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