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06/21
<조그만 연못에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 오고 간다.> - 주자의 시 관서유감의 일부입니다.
스스로 푸른샘이라 칭하고 많은 사랑을 기대하고 받아왔습니다. 어느 날 밭가에 있는 이끼 낀 우물이 작명의 근원이었지요. 한편으로는 대학 때 학생회관의 로비에 있는 찻집의 이름이고요. 그러나 이 넓은 사이버 공간에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너, 누구지?'하고 알수 있도록 스무고개처럼 힌트로 힌트로 양파처럼 껍질을 벗겼는데...
하얀새님, 그리고 shadha님, 나는 최근에 이 공간을 떠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모두 정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먼저 떠남에 익숙치 못한 탓인지 자꾸만 발길이 느려지며 마음이 아리는군요. 글 쓰기를 자제하며 더 자주 가는 밭에서 잡초를 뽑으며, 건초를 태우며 생각해봅니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내려다보듯 샅샅히 바라본 나를 이제 어디로 끌고 가야할지...
내게 슬픈 전설이 있었을까요? 가장 부드러운 물방울로 이루어진 새벽 안개처럼 햇살아래 스러지고 싶습니다. 흔적없이 증발해버리고도 싶습니다.
조그만 연못, 하늘빛, 구름 그림자가 우리 닉네임의 유사 의미같지 않아요? 아무튼 세계일주는 두 분과 함께하고싶어요. 갑자기 여객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무모한 짓은 한 번이면 족하지요.
삶을 향해 필사적으로 진지하게, 그러나 가장 연성의 감성으로 살리라 다짐합니다.
'00.6.21 사슴처럼 우아하지는 않은 푸른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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