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3
카페에서 주은 쓰다만 편지
06/19
이국의 밤, 카페에 앉아 위스키 섞인 홍차를 마시며 머릿속으론 누군가에게 쓸 편지 글을 굴린 적이 있었던가. 눈 사람 만들려고, 하얀 들판에서 눈덩이를 굴리듯이...
그리고 찬 홍차를 둔채, 끄적이던 메모지를 구겨버리고 일어서서 너 때문이 아니라 한없이 진한 고독 때문에 운다고 취한 척 비틀거리며 돌아온 적이 없었던가.
손닿지 않는 사람에 대한 흠모를 그리다 그리다 지쳐, 던져버린 글을 주어서 주름을 펴서 올립니다.
내가 잘 아는 한 여인 시와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눈 속은 하늘과 같이 맑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흐리기도, 안개가 어리기도 합니다. 그녀는 싱싱하면서도 노숙한 데를 지니고 지성과 함께 어수룩한 데가 있습니다. 성급하면서도 오래 기다릴 줄 압니다. 그녀는 아름다우나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매혹시키지 아니하는 푸른 나무와 같습니다. 옷은 늘 단정히 입고 외투를 어깨에 걸치는 버릇이 있습니다. 고상한 것을 좋아하나, 가난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난로에 통장작을 못 필 경우에는 질화루에 숯불을 피워 놓습니다. 추운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차를 끓일 줄 압니다. 茶香을 감별할 줄 알며 찻잔을 윤나게 닦을 줄 알며 이 빠진 접시를 버릴 줄 압니다. 그녀는 한 사람하고 인사하면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없습니다. 그녀는 명성과 지위, 재산과 같은 조건에 현혹되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 아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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