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3
가을비 실루엣 속에
06/22
장 마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어귀를 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 천 상 병 -
상처 입은 영혼들은 몸 안에 머물지 못합니다. 한없는 그리움과 외로움의 촉수를 나풀거리며 집밖을 배회할 뿐이지요. 창안쪽의 안락과 평온을 탐하기보다는 끝없는 관조와 사색의 서성임이 몸을 떠난 영혼의 속성인 것 같습니다.
유월의 장마비가 서늘한 바람과 함께 내리고, 먼 산과 바다는 잿빛 실루엣으로 섞여버린 풍경 속에서 야외 온천욕은 육체와 영혼의 만남을 위한 의식일 것입니다. 비는 가장 외로운 물방울, 항상 낮은 곳을 찾아 호소하는 母音들, 그리고 놀라 눈 감아버리는 별들의 탄성일 것입니다.
내가 서있는 곳이 inside인지 outside인지 혼란스러운 날입니다. 그래서 떠남을 위한 휴식의 삶과 휴식을 위한 탐색의 시간이 저 아름답고 단정한 리조트 앞에서 답을 찾지 못합니다. 우리의 나날이 여행인 탓일까요?
'00.6.22 두 낙천주의자의 엄마 푸른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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