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그저 측은하기 만해 눈 감아버리고 만...
07/30
그저 측은하기 만해 눈 감아버리고 만...
아버지는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현란한 색깔의 장난감 장수를 따라 종종걸음치던 어린 시절에는 넘어질라 황급히 뒤따라오시며, 더 자라선 밤늦으면, 끊기는 전화가 오면, 불쑥 나타나는 '미쳤다 맨'에 놀라면서도 아버지는 언제나 안심하는 방법도 알고 계셨지요. 멀리 간만큼 더 빨리 돌아와 아버지 품에 안기는 작은딸의 행로를...
아버지는 다락에 딸에 관한 많은 것을 보관하고 계십니다. 처음 빠진 젖니, 처음 쓴 일기공책, 첫 졸업장, 처음 파마하고 찍은 사진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식에 우등상으로 받아온 스텐레스 밥주발을 돌아가실 때까지 쓰시는 것으로 기억해 주십니다. 어릴 적 잃어버린 인형이 아버지의 다락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걸 나는 또 감사히 기억합니다.
오늘은 그의 뒤를 따라 그가 남긴 물살의 힘으로 2킬로미터나 수영해 보았습니다. 왕고래 뒤를 따르는 아기 고래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물 속을 헤쳐보았습니다. 아니 그의 가슴속에 담긴 맑고 푸른 물 속을 헤엄친 셈이지요. 그 넓고 따뜻한 가슴속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담겨있는 아버지의 다락같았지요.
생선회 칼처럼 날카로운 음악,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도 브람스의 첼로곡들로 바꿔줍니다. 연필 깎는 면도날이 위태롭다고 자동 연필깎이를 사다주시던 아버지처럼, 내 추억의 어리석은 상자도 숨겨주겠지요. 그리고 훗날 돌려주며 빙긋 웃겠지요. 아버지처럼...
'00.7.30 착한 딸로 돌아온 푸른샘 씀.
PS :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같이 塗抹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 오라! 내가 너를 救贖하였음이라. -이사야서 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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