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그대 안의 더 작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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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원 재 훈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린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 저것 좀 봐,꼭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다린다.저 빗방울이 흐르고 흘러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저 우주의 끝까지 흘러가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빗방울로 돌아올 때까지 그 풍경에 나도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될 때까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려보면 내 삶은 내가 어쩔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내가 어쩔수 없는 그대
그대 안의 더 작은 그대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내 어깨에 기대는 따뜻한 습기 내 가슴을 적시는 그대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자꾸자꾸 작아지는 은행나무 잎을 따라 나도 작아져 저 나뭇가지의 끝 매달린 한 장의 나뭇잎이 된다
거기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넌 누굴 기다리니 넌 누굴 기다리니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이건 빗방울들의 소리인 줄도 몰라하면서 빗방울보다 아니 그 속의 더 작은 물방울보다 작아지는 내가, 내 삶에 그대가 오는 이렇게 아름다운 한 순간을 기다려온 것인 줄 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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