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ITALY
R O M A
로마의
저녁식사

달은 높이 떠서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연기는 벽들의 벌어진 틈과 구멍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새어 나왔고
안개 처럼 깔린 연기에 달빛이
어렸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였다
판테온 신전과 카피톨리노, 성 베드로 성당앞 광장과
그밖의 다른
대로와 넓은 광장들도 달빛을 받으면
이런 광경을 보여줄 것임에 분명하다
이곳에서는 인간 정신이나 마찬가지로 달과
해도
다른 곳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것이다
이곳에서는 달빛이나 햇빛이
거대하면서도
견실한 덩어리에 반사되어 비치기 때문이다
...괴테...

1.Aperitivo
아페리티보
입맛을 돋우는 식전의 와인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요리를 주문하는 여유를 준다
괴테의 달빛. 그런 달빛이 있는 로마의 밤
테르미니 종착역에서 테베르 강으로 향하는
비미날레의 낮은 언덕길
이태리의정찬을 저녁으로 선택하고 이태리 가정식 요리를 하는
트라토리아를 찾았다

2. Vino
비노
요리를 결정하면서 같이 주문하는 와인
특별한 브랜드를 아는게
없는 탓으로 하우스 와인을 시켰다
비프 스테이크를 시켰기에 당연히 레드와인으로
거리를 향해 커다란 창이 나있고 투명하게
하얀 커텐이 드리워진
크지 않고 소담스런 분위기
하얀 회반죽 마감을 한 높은 천정과 장식용 금빛 천정 선풍기
하얀 회벽에 몇가지 휘장과 문장이 걸려있는...

3. Antipasto 안티
파스토
전체 요리
세가지 색깔의 생햄과 싱싱한
멜론
데니토 비토를 닮은 종업원이 먼저 가져다 놓은 긴 스틱빵과
숭숭 구멍이 많은 이태리 브래드를 담은 바구니
혀끝에서 깊게 감쳐도는 햄을 씹으며
식탁위에다 두 팔꿈치를 올리고
손을 모아 손 깍지를 끼고
웃는듯, 아닌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실내를 돌아다 본다
알 파치노.... 그가 그랬듯이.

4. Primo Piato 프리모
피아토
첫 요리접시......파스타
뜨겁게 잘 덮혀진 파스타가
거친 맛이긴 해도,
질리지 않게 하여 배를 거의 다 채워 버리고 만다.
프란시스 코플라.
그의 영화를
즐긴 탓으로 시칠리풍이 강한 트라토리아에서
그의 영상에서 느끼던 장면들과 지금을 같이 혼합하여
조금씩 조금씩 그의
영화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있었다
리노로타의 음악과 함께.

5. Second Piatto 세컨드
피아토
두번째 요리 접시..주요리 스테이크가
나온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로 의아하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지 ?
식당안의 이태리인들은 그들 특유의
독특한 악센트로 요란하게,
또는 진지하게 수없이 많은 말들을 해가며 아주 천천히 먹는다
소화를 시켜가며 먹듯이..몇
시간 동안을..
나는 뭐라고 떠들지 ?

6. Dolce
돌체
디저트.
깍지 않은 과일이 과도와 함께 바구니에 담겨져
나온다
다시 둘러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직접 과도로 과일을 아주 천천히 깍으며
알아들을 수도 없는 대화
속에
여유로운 디저트로 과일의 향을 음미하며 먹는다
유사시엔 과도가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7. Caffe 카페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세시간 동안의 긴 식사를
마친다... 슬로우 푸드
계산을 치루고 식당문을 열고 비미날레 거리로 나설 때
나는 이미 마피아의 일원이 되어 걷기
시작한다
무협영화 보고 나오면 무사가 되고
서부영화 보고 나오면 총잡이가 되듯이
이태리식 로마의 저녁식사후
시칠리섬의 마피아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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