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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마지막 7,000배를 다한 날은 옥련선원에서 내려오는 길목에서 어슴프레한 광안리 밤바다를 바라볼 때,머리에서 흠뻑 젖었다 마른 땀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말려주는데,이 세상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동쪽에 위치한 백산 옥련 선원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찰이다.IMF사태 이후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후인 2,000년,마지막 남은 집마저 압류되어 경매로 넘어가서 우리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었다.설상가상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은 충격으로 심장병을 얻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회복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서 낙찰받은 사람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은 처절한 상황이었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집을 이사할 수 있는..

교통부(범곡교차로)는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동네이다.내 나이 9살 초등학교 2학년 때 양복점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충주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와서범냇골 로터리 근처에 양복점과 집이 있었고 그곳에서 부산진 초등학교에 다녔다.그리고 교통부로 이사와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군대를 제대하고 27살때 까지18년동안 살았던 곳이다.그후 결혼을 하고 연산동, 수정동, 대연동, 그리고 용호동에서 살다가 교통부로 돌아왔다.. IMF외환위기로 집과 모든 것을 다 잃고 용호동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서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을때.운명처럼 교통부로 18년만에 돌아왔다. 해운대 성심병원에서 퇴원을 하니, 입원하기전 마지막으로 야간 작업을 해주었던 병원 사업계획서를받은 병원 이사장이 그 사업계획서로 국가에서 운영하던 ..

1. 해운대 오션타워 설계하던 해에내 몫 1억 2천5백만 원 중 우선 3천만원 빼와서 어머니와 단 두식구가 된 뒤.17년 셋방살이 설움과 결혼 후 8년 셋방살이을 털고 난생처음 내 이름으로 등기된 나의 집.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딸과유치원 다니는 작은 딸.아내에게 커다란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게 된 집. 일생 중 가징 행복한 때였다.저녁 때에 가을바람 싱그러운 거리를 가족들과 손을 잡고 산책하며대연동 가구점 많은 거리, 이리저리 돌며아내가 갖고 싶어하던 장롱이며 식탁,아이들의 꿈이었던 이층 침대, 책상에 색깔 예쁜 옷장까지.내가 갖고 싶어하던 최신형 인켈 전축에다 31인치 텔레비전.밤이면 베란다에서새로운 집을 장식할 그림을 그리느라 밤을 새우고, 2.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점점 좁아져가는 24평짜리 크..

니콜 키트만 1. 콧구멍으로 바람이 든다.아주 미미한생명 바람이 든다. 오늘이었는지, 어제였는지,영안실로 실려나간 사람의 냄새가아직 채 가시지 않은병상에 눕혀진 채산소 호흡기가 코에 꼽혔다. 깊은 수면에 빠졌다 잠시 눈을 뜨니중환자실로 처음 들어설 때,하얀 커튼을 사이에 둔 바로 옆 병상에서심한 구갈증의 기침을 해대던 할머니가가족들의 나지막한 울음소리와 함께영안실로 옮겨지고,간호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얀 새 시트를 깐다. 죽는 자와 사는 자가어느 길로 가든대기하며 기다리는 공간을하얀 커튼으로 구획하여 공유하는데..나는 살아남는 쪽에 속하는 것 같았다.누가 그리 말하지는 않았지만간호사들의 눈빛에서 그걸 알았다.전혀 연민의 빛이 없었으니..플라스틱 소변 통을 건네 줄 때쌔액 웃는 간호사의 미소가아직 나를 ..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올라서면푸른 바다 위로 하늘이 보인다.아주 오랜만에 하늘이 보인다. 완전한 허무의 끝과완전한 희망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겨드랑이 가렵다.푸른 바다와 함께 잘 섞인 하늘그런 푸른 하늘이 늘 잘보이는 새로운 정착지로 날아가고 싶다.아직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불행과 고통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보인다.오래전부터 늘 그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바다 위에도,산 위에도,살아있는 사람들 지붕 위에도,내 머리 위에도 늘 한결같이 있었던 하늘이었는데도, 그게 하늘이었는지,지옥이었는지,죽음이었는지,절망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 형상을 하고 있어도아무런 정도 없이 문 닫고 있었나?얄궂은 삐짐으로 문 닫고 있었나?있어도 보이지 않던 하늘.있어도 없는 듯 숨 죽이고 있던 하늘. 1999년 ..

단언하건대,시방 나는,유신론자도무신론자도미신론자도 아니다. 그저실존하는 자로서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다, 몇 가지 생존방식에 거부하지 않고순응하는 사람일 뿐이다. 성냥불빛이든,촛불 빛이든,오래된 백열구 불빛이든,형광등 불빛이든할로겐 불빛이든, 질흙 같은 어둠 속에,절망 속에.홀로 외로이 뜬 배는 배부른 선택을 할 겨를이 없다. 체면이거나,궁극적인 관념과 생색.위선 가득한 이성적 실재론으로 따질 겨를이 없다. 티끌만 한 불빛이라도희망을 향한 나침판을 볼 수 있고작은 등대가 된다면, 나 이외의 힘에 의지하려는 것은 아니다.결국 진흙 같은 어둠 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나 스스로 일뿐이다. 그래서 신의 존재를 믿든지,신의 존재를 믿지 아니하든,미신을 믿든지,미신을 믿지 아니하든, 살아남아 실존하려는..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것이 기적인지 모르고 산다.크고 작은 기적들을 그저 운이 좋은 탓이겠지라고 하거나 우연이라고 생각한다.크고 작은 만남들과 상황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자가 필요에 의한 판단으로 기준한다.어떤 것이 기적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1.....전에 어디서?.... 기억이 안 나나 보네..... 뵙기는 했는데,.... 전에 요 아래서 커피 마신 적이 있죠?.... 아! 네. 1년 전인 1997년 12월 31일 아침.붉은 티셔츠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듯 새로 만들어진 수변공원으로 와서 길거리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다.그 전날에 이미 지급하여야 할 자금들을 결재해 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한적한 이 바닷가로 찾아와서지나간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 다가올 새해의 구상을 하려고 했다.신년 연휴..

어바웃 슈미트 About Schmidt, 2003 감독 알렉산더 페인 주연잭 니콜슨 케시 베이츠 홉 데이비스 더모트 멀로니 (01) 2025년 2월 26일 **** .................................................................................... 와일드 Wild, 2015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토마스 사도스키, 킨 맥레이 (02) 2025년 2월 27일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감독 벤 스틸러 출연..

하얀 골목길을 돌아서면푸른 바다가,또 다른 골목을 돌아서면푸른 바다가 보이는까뮈의 연안 알제리 해안도시처럼, 해송 숲을 돌아보면푸른 바다가,또 다른 솔 숲을 돌아서면야망이 부재중인 사람의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이기대. 그래서 나는.알제리의 지중해 연안과 이기대를 사랑한다. 1. 순결 산 하나 동해바다에 빠졌다. 산 하나 푸른 하늘에 빠졌다. 솔 숲 가득한 산 하나. 산과 바다와 하늘이 서로 빈정거림도 없이, 나무람도, 의심함도 없이 제자리를 지키어, 산 오르며 보는 하늘, 내리며 보는 바다. 해풍으로 목청을 틔운 새들의 노래, 이 틈새, 저 틈새로 잘 어우러지게 핀 해바라기. 속 마음 다 털어내어 소유욕 0 이 되는 날까지, 산과 하늘과 바다의 순수한 숨결 곁에 머무르며, 슬픈 전설을 망각하지 않..

.... 밤에 나는 두 사람의 인간을 보았다. 최대의 인간과 최소의 인간을,그러나 그들은 어쩌면 그렇게 서로 닮았는지, 최대의 인간에게서 너무나 인간적인 것을 보았다. 최대의 것도 너무도 왜소하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나의 권태이다. 그리고 최소의 것도 영겁이 회귀한다는 것. 이것이 노든 생존에 대한 나의 권태이다.......... 니체 1. ..... 당신은 안돼!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해 달라고... 알베르 까뮈, 장 폴 사르뜨르, 니체. 철이 들 무렵부터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에 심취한 탓으로 신의 존재나 종교를 부정하지는 앉지만 오래된 잠재의식 속에서 그런 것에 의지하지 않았다. 언제나 의존하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있다. 인간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

.... 아직 애들한테는 이야기하지 말자.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IMF외환위기 여파로 모든 설계비와 감리비가 전부 나오지 않고 연체되고, 설상가상으로 집중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이 더 추가 부과되어 버티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었다.마지막까지 힘이 남아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자며 몸부림치던 1998년 가을.부모님 차례를 집에서 물이라도 떠놓고 지낼 수 있게 추석만이라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할 때였다.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아내에게 현재 처한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하는 것이도리라는 생각으로 아내와 단 둘만의 슬픈 여행을 떠났다.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출발하여 바닷길을 따라 7번 국도를 지나며 아내에게 회사 상황을 이야기했다.이미 조금 눈치를 채고 있었던 아내는 이야..

매일 쓰는 일기에는 거의 매일 종일 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계속되는 추운 날씨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2월 4일 날 백병원의 정기 진료를 받았다.입원하여 복수를 빼는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동행했는데, 여러 가지 검사 후아직은 괜찮다고 4월달에 다시 체크하자고 하여서 두 달 치 약을 처방받고 돌아왔다.입원하지 않아서 기분이 좋아졌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안감도 생겼다.또다시 2개월의 휴가를 받은 느낌이다. 날씨를 탓하며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머물고 있으니 무기력해지고 살아가는 의미에 의문이 생겼다.그래서 가벼운 외식이나 외출을 시작했다. 엄청난 추위가 몰아친 2월 7일에는 아내와 함께 지인을 서면 롯데백화점 9층 식당가에서 만나서에서 복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