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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화개장터의 이른 벚꽃 아내와 함께한 세번째 봄맞이 여행 하동 쌍계사 벚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에 많이 망설이기도 했었다. 아직 벚꽃이 이상기후로 만개하지 않았다는 소식과 화개장터 벚꽃축제로 일요일의 교통체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상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오랫만에 쌍계사로 가고 싶어하..
코스모스 핀 평사리 풍경 하동 평사리 3 무, 배추를 심은 채마밭이 아슴아슴한 저녁 안개에 싸여 들어가고 있고, 부스스한 옷매무새의 김 서방 댁이 부엌을 들락거리며 부산을 떨고 있다. 닭장에 들어갈 때가 되었는데 닭들은 배추잎을 쪼아 먹고 있었다. 땅바닥에 눈을 떨구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당산 누각 앞에까지 올라간 구천이는 자신의 발부리를 오랫동안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다시 느릿한 보조로 누각에 올라 간 그는 난간을 짚으며 걸터앉는다. 달 뜨기를 기다리는가 ? 마을엔 아직 불빛이 보이지 않았고, 최 참판 댁 기둥귀에 내걸어 놓은 육각등이 뿌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달은 솟을 것이다. 낙엽이 날아 내린 별당 연못에, 박이 드러누운 부드러운 초가 지붕에, 하얀 가리마 같은 소나무 사이 오..
평사리 최참판댁의 가을 하동 평사리 <土地> 2 사랑의 앞뜰에는 햇빛이 화사하게 비치고 있었다. 돌담 용마루 높이만큼 키를 지닌 옥매화, 매초롬한 회색 가지를 뻗은 목련, 삼화에 석류나무, 치자나무는 마치 봄날의 햇빛을 받아 노곤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미 순환은 멈추어졌을 것이며, 메말라 ..
평사리 황금들녘의 가을 하동 평사리 1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 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들뜨기 시작하고 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는데, 그렇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 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서는, 마음 놓은 새 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후우이이 --- 요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