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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누구인가 하여 작은 뜰로 나서고 보니 맑은 적막감만이 가슴이 시리도록 출렁인다. 애 띤 처녀같이 수줍은 미소를 지닌 연분홍 꽃나무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사이, 여정 길에 잠시 손목을 놓았던 나의 사유가 지붕 끝에 매어달린 쇠사슬 물이랑 곁에 서 있고 아슴아슴 다가 서는 근심 없는 하늘빛이 있을 뿐, 청아한 새소리가 지나치게 행복에 겨워하길래 어느 나무쯤 둥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나 하여 발걸음을 옮길 때, 또 누군가가살며시 어깨를 짚는다. 아! 하얀 목련꽃이 거기 있구나. 눈부시도록 하얀 꽃잎들이 하늘 하늘 바람들과 장난질 치다 객사에 홀로 든 외로움 가득한 사람에게 함께 끼여 놀자고 한다. 청록빛이 맑은 향 짙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트인 창 밖 숲 너머 하늘과 ..

山을 담는 여덟 개의 샘忍 野 八 海 山이 하늘에 메일 때는하나의 山이고,山이 바다에 메일 때도하나의 山인데,오시나 핫카이(忍野八海)에 메일 때는하나 山이여덟개의 山이 된다. 후지산白雪 山頂이 호숫가 작은 마을 오시나 핫카이.그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여덟 개 소담스러운 작은 샘에 빠져노닌다. 太山같은 山을명경같이 맑은 물에다한아름 품을 수 있으니,아무리 작고 소담스런 샘이라 하더래도바다와 같다 하겠다. 난초의 초록향과후지산의 순백의 향이 만나연분홍 꽃망울을 영글게 하는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후지산 아래에서 맴도는 고독 해 질 무렵의 후지요시다(富士吉田)역5月인데도 바람이 매섭게 춥다.. 후지산 아래 작은 역 대합실내로 산정에서 불어온하얀 눈바람이 지나간다.한 무리의..

4월 10일 오전에 아파트 후면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새로운 생명들이 다시 태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꽃들은 겨울에 죽었다가 봄이면 다시 살아나는데,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작년 4월에 백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1년 만에 다시 입원하기로 했다.심장의 폐부종으로 배에 복수에 차는 것을 주기적으로 빼야 하기 때문이다.어렵게 4월 17일에 진료일 변경을 받았으나 아내는 복수가 더 차기 전에 빼자며4월 11일에 응급실로 가기로 결정했다.다소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살아가는 방변 중에 하나인 것을..또 1주일 정도를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다시 입원하기 전에 따뜻한 햇살아래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4월 11일 74kg의 몸무게로 입원하..

신주쿠의 밤. 5월이 그리 다 지나가고 있었다. 쇼쿠안 도오리에서 오쿠보 도오리쪽으로 난 몇 개의 작은 골목길 안에 작은 Love Hotel 몇 개와 이국인들을 위한 작은 숙소들과 허름한 식당들과 전당포와 미용실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넘어온 작고 짙은 갈색의 피부를 가진 여인들이 하얀 우산 하나씩 들고 신주쿠에서 신오쿠보로 넘어오는 길목의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 서서 취객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으나, 이젠 그 자리에 밝은 할로겐 가로등이 서 있고, 몇 개의 음료수 자판기만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어디로 갔는지 없다. 공중전화박스의 유리문을 열어둔 채 싼 담배를 피워 문 중국인 노동자의 그을린 얼굴과 목소리가 슬플 뿐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신주쿠에 별이 뜨면 ..

1995년 7월. 금요일 아침 출근길.아침 햇살이 맑고 뜨거워지기 시작한다.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부둣길을 달리던 중 먼 시야 산 너머 김해공항에서 비스듬히 하늘을 차고 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순간,어디론가 갑자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공항의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하여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약하고,차를 공항으로 바로 몰았다.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에 카메라만 챙겨 들고 떠났다. 11시에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11시 45분에 하카다 공항에 도착하고,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10분거리의 하카타역으로 나왔다.후쿠오카는 너무 가깝다.구주섬의 최남단 가고시마행 제비가 그려진 특급열차표를 티켓팅하고,하카다 역에서 열차 안에서 먹을 점심도시락을 골랐다.(모양과 맛이 다양한 엄청난 종류의 도시락을 고르는 재..

하늘로 오르는 정거장 알프스의 하얀 꿈으로 엮은줄을 타고하늘쪽으로 오른다.나는 고공공포증 환자이나 두렵지가 않다.벼랑에 수직으로 매달려 오르는 케이블 카.추락한다 해도 두렵지가 않다.알프스에 매달린 채떨어져도 알프스인걸...아주 멀리엥겔베르그 종착역으로 오르는단선 철길은하얀 숲속으로 잠시 은신하고,이른 봄,아직 녹지않은 호수는 알프스의 거울처럼짙은 빛 하늘색을 담고,예배당이며, 학교 지붕이며,사람들이 사는 지붕들이이내 작고 예쁜 인형집 되었다가.은빛 세계 속으로 침잠되어,알프스의 깊은 색감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세군데 하늘로 가는 정거장을 거쳐티틀리스로 간다.내 생애 가장 높이 올라가는 땅으로.. 두렵다.하늘에 우주의 척도로도한치 더 가까워진 땅.그 우주와 하늘로부터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하얀 알프스..

하늘아래에서도더 높은 하늘 아래 하얀 마음속.원색의 푸른 하늘 꽃무늬로티틀리스Titles의 문을 여는1050m의 엥겔베르그.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손잡고빙글빙글 둘러하늘을 바치는 사이에자만심 강한 편집증의 상록수와그 아래 모듬살이에 익숙한 아이들이 사는.. 알프스의 얼음물이 흐르는작은 샛강 위나무다리 건너는 양 떼 속,하이디의 검은 방울새와 여린 꿈이 지날 때한줄기 목쉰 봄바람. 양젖 짜는 두 손끝에맑은 휘파람 소리가 일어피어발트 슈테터 호수에 이르는데,보랏빛 꽃들이 하얀 눈 속에서도향기를 잃지 않으니,하늘색,알프스색,땅색이 꿈 색이 되어엥겔베르그의 나부끼는 깃발이 되고,예배당 높은 종탑뒤로,알프스의 천연 벽지 위로평화로움을 담은붉은색 행글라이드 하나떠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루체른에서피어발트..

서쪽 블루마운틴으로거의 다 넘어가버린 햇살이 남아있는 하버브릿지를 향하고 있는오페라 하우스 테라스 바닥.한 구석에,털썩 내려앉은,작고 매력적인 예쁜 동양 별 하나. 머언이국 저녁 하늘 아래서 만난,사이비 천문학자와 샛별.서큘러 선창길을 같이 걷는아름다운 우연,파리에서 조앙을 만나는 라비크처럼,,열린 화제로,분별력과 보편적인 만남의평행선을 유지한 채로 걸었다. 항구에 면한 노천카페들 사이로꽃다발 더미가 지나고, 자유로움이 지나고사랑이 지난다.작은 별의 향기로운 숨결 속으로내가 지난다. ... 영국식으로 어" 대신 "아".. 브리스반이라고 해야죠.... 브리즈반?.. 아니..... 브리스반?... 그래요 오케이. 까르르 웃는 하얀 치아에비치는어떤 외로움. 힉슨 거리로 다가설 때,방울마다,향기 배인 빗방울...

남 회귀선에 걸린 스프링 힐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북극성은 아득히도 먼 데, 먼 길 떠나온 이국인을 맞는 퀸 스트리트 몰에서는 체리빛, 황금빛 알갱이를 별대신 온 거리에다 내다 걸고, 밤의 물레를 돌려 낭만을 짜낸다. 1824년 탈옥수를 수용하는 징벌 식민지로 시작된 모턴만의 사탕수수 선적항 까지 흐르는 브리즈번 강변, 이른 아침에 들른 에드워드 스트리트 타터솔스 아케이드의Koffies Express Bar. 스페인계 여종업원의 완벽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운 육체에서부터 한가득 풍겨오는 모카향. 한번 받은 미소로도 휘청이는 두 다리. 거리가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 마시는 카푸치노. 계피 향기 너머로 무수한 밝은 빛이 쏟아진다. 멋진 번화가의 절제된 흥청거림과 어떤 낭만. 아주 오래전 부터 모든 인류와 도..

1962년, 내 나이 15살, 중학교 2학년이었다.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서 TV가 있는 집은 유일하게 신발공장 사장집뿐이었다.그 집 아들이 내 나이 또래여서 미드 전투를 방영하는 날은 동네 아이들과 그 집 작은 거실 바닥에 모여 앉아서 흑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전투 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빅 마로우,닉 제이슨...하는 주연의 이름과 함께 흐르는 빠바바빰빠밤, 배경음악은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전투 를 본 날은 그 집의 창고에서 그 집 아들과 동네 아이들과 함께 전투 놀이를 신나게 했었다.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도 나의 전투의 정찰 임무는 계속되었다. 그 신발 공장 아들은 지금 모 그룹의 회장이 되었다.그 친구와는 흑곰, 백곰으로 서로 부르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나..

운명아! 너에게 결코 지지 않겠다. 죽지 않을 만큼만 아프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만 배고프게 하고 좌절하지 않을 만큼만의 희망을 갖게 한다. 머물 집이 없어지면 바로 머물 곳을 주고 일터가 없어지면 바로 일터를 주고 벼랑끝에 서면 바로 줄을 던져 준다. 그리 다시 일을 하게 하여 쌓이지 않을 만큼만의 부을 갖게 하고 부가 쌓이려하면 바로 다 거두어간다. 그런 굴곡 많은 삶이 몇 차례 반복되어 나는 그런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희망과 좌절이 교차되고 반복되는 사이에 나는 늘 새로운 삶의 진리들을 배우고 느껴 왔지만 고되고 고통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예언되고 예상되어 있어 그 순리를 따르기로 하여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인 나의 인생 시험. 나는 산으로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3월이 와도 겨울 추위는 지나가지 않아서 2월에 이어서 외출과 산책을 자제하여야 했다. 눈 구경하기 어려운 부산이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폭설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매일 쓰는 일기에는 종일 집에서 머물다라고 써야 했다.그래서 아내와 둘이 또는 아내와 함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가 주요 외출 내용이 되었다. 지난 구정 전, 해운대 신시가지에 사는 친구가 전화 와서 유튜브에서 부산의 맛집에서 보았는데, 그곳이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인데 이 맛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자주 지나치는 바로 집 근처에 위치한 곳이어서아내와 1월 17일 범천동에 위치한 에 가서 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또 한 번의 봉급날인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이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