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삼락생태공원의 해 질 무렵 본문
삼락생태공원의 해 질 무렵
쓸쓸하고 싶을 때
지금보다 젊을 때는 떠오르는 태양이 좋았다.
바다로 나가서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 보았고,
산에 올라가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그 기를 받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 질 무렵의 석양이 좋다.
미련을 털어 내지 못해서 아쉬워 하는 듯한 잔영을 길게 남기는....
못다한 무엇인가가 남아 있는 듯한,
그래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해 질 무렵이 좋다.
5월의 어느 날 늦은 오후,
뜬금없이 집을 나서서 사상 삼락생태공원으로 향했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전날 밤 아내가 사상 이마트에서 사 왔던 과자가 맛있더라는 하던 말 한마디와
아내가 오늘 저녁을 먹고 늦게 귀가한다는 사실에 혼자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싫기도 했었다.
사상에 도착하여 소문난 돼지국밥집 <합천제일돼지국밥>에서 약간은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경전철 르네시떼 역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나들교를 건너서 삼락생태공원으로 들어섰다.
노을이 시작되려고 하는 무렵, 나들교를 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쓸쓸함을 느낀다....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쓸쓸함...
황혼 무렵의 오솔길도 거닐고, 버들나무 잎 끝에서 빛나는 황혼의 태양빛,
샛강에 비치는 황혼....
삼락생태공원의 뜰을 조용히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쓸쓸하지만 평온하게 산책을 하고
밤이 시작될 무렵 나들교를 건너서 사상으로 돌아와서 이마트로 향했고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던 쓸쓸하고 싶었던 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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