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NIAG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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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물들의 시작은 어디일까?
폭포 근처에서 버스를 내리며, 굉음과 서늘한 물기의 엄습에 위협 당했다. 한 여름의 날씨임에도 긴소매 웃옷으로 덧입으며, 푸르고 넓은 둔덕 넘어 Rainbow bridge 가까이 걸린 무지개를 쫓아 달렸다. 군데군데 꽃처럼 무리지어 산책하는 사람들... 그들도 아마 오랜 기대로 찾아왔을 것이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맨하탄에서 이른 아침에 나서 버펄로우까지. 처음 타보는 델타 항공의 비행기가, 한 시간만에 내려놓고 곧 떠난 후 공항 버스로 이동한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젖은 양치식물들이 제대로 활짝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물의 입자들이 떠다녀서 숨쉬기 좋은 곳... 아끼던 손수건을 안경 닦느라 꺼내서 두고 온 벤치.
거대한 폭포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관광선 'Maid of the Mist'에 오른다. 누구나 진청색 비옷을 입고 젖지 않게 머리를 묶는다. 배는 가득 실은 사람 때문이지 물살 때문인지 몹시 뒤뚱거린다. 죽을 것만 같다. 그런데도 더 가까이 아주 가까이 폭포 아래로 들어갈 듯 다가간다. 드디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물소리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 된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를 때 원 없이 큰 소리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른다. 소리는 모음과 자음의 구별도 없이 물소리에 휩쓸려 버린다. 수장될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어떤 이름을 불러서 지워버릴 것인가... 아홉 해가 지난 지금도 부를 이름을 모르겠다. 사랑해서도 부를 수 없고 미워서도 부를 수 없는 이름들 뿐이니...
고트 섬 다리 건너 바람의 동굴로 내려간다. 엘레베터 안은 언제나 그 향수 냄새가 진동한다. 검은 몸들이 내쏘는 체취와 함께 에스테 라우더 크림향이... 그러나 물 앞에 우리는 굴복한다. 엄청난 힘 앞에 말을 잃으며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급 하강한다.
고개를 빼밀어 신부의 베일 폭포를 본다. 아름다운 잔물결이 너울거리는 작고도 사랑스러운 폭포이다. 순백의 너울은 얼음 가루처럼 반짝거린다.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까지 홀로 걸으며 키 작은 나무들과 함께 젖은 날, 밤새 물소리로 두들겨 맞은 고막 때문에 잠 못 이루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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