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샘
기나긴 동짓날 밤에 별을 보며...
12/22
기나긴 동짓날 밤에 별을 보며...
일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을 위한 간식이 동지팥죽이었다는데, 엉뚱하게 서가에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를 찾다가 알퐁스 도오데의 '별'을 만났습니다. 붉은 팥물 속에 동동 떠오르는 하얀 새알처럼, 별은 우리 정신의 저 암묵빛 하늘을 신비롭게 하는 보석들입니다. 그래서 프로방스 지방의 산정에서 양을 지키는 소년의 마음이 바로 그 나이 적의 우리 모습 위로 오버 랩되는 겨울밤입니다.
마침 읽고있던 에드바르드 뭉크의 전기와 그림 중의 <백야> 속으로 심취해 봅니다. 백야는 별이 있는 겨울밤의 풍경입니다. 마치 눈 속에 서있는 인형같은 모양의 침엽수들 뒤로 여행을 떠나는 피오르드의 바닷물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터키청색 하늘이 펼쳐집니다. 특히 전면의 나무들은 생명이 없는 추운 겨울의 풍경에 생명을 불어 넣어줍니다. 이 나무들은 파수꾼이나 기념비 같은 느낌을 줍니다. 고흐의 별밤과 다른 맛의 따스한 고독을 들이마십니다.
<만약에 당신이 산 위에서 밤을 세운 적이 있다면 모두가 곤히 잠들고 있을 무렵에 저 야릇한 세계가 물을 끼얹은 듯한 고요 속에서 모두 잠을 깨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샘물은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연못이나 늪은 작은 불꽃을 태운다. 산의 모든 요정들이 자유자재로 왕래하고 있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커지고 풀이 자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은 생물의 세계이지만 밤은 물상의 세계인 것이다.
그 때 마침 아름다운 빛이 긴 꼬리를 끌면서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똑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저것은 무엇이지요?"하고 스테파네트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국으로 들어서고 있는 영혼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성호를 그었다. 아가씨도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나서 잠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깨에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가볍게 기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본과 레이스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내게 잔뜩 밀어 부치고 아가씨는 이렇게 꼼짝하지 않은 채 저 하늘의 별들이 아침 햇살로 하여 사라질 때까지 포근히 잠들고 있었다. 나는 가슴을 울렁거리면서 아름다운 꽃만을 선사하여 주는 밤의 호위를 받으며 아가씨가 잠들고 있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머리 위를 순회하고 나서 별들은 양떼와 같이 조용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몇 번이나 저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별이 길을 잃고 나의 어깨에 기대며 잠들고 있는 것이다 하고 가슴속에 그리고 있었다.>
'00.12.22
참 아름답고 긴 겨울밤을 보내고 푸른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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