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깊고 푸른 샘 (160)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푸른샘 기나긴 동짓날 밤에 별을 보며... 12/22 기나긴 동짓날 밤에 별을 보며... 일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을 위한 간식이 동지팥죽이었다는데, 엉뚱하게 서가에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를 찾다가 알퐁스 도오데의 '별'을 만났습니다. 붉은 팥물 속에 동동 떠오르는 하얀 새알처럼, 별은 우리 정신의 ..
푸른샘 눈 덮인 히말라야 깊은 속에서 만나는... 12/21 눈 덮인 히말라야 깊은 속에서 만나는... 10세기 티베트의 성자 밀라레빠는 이런 노래를 불렀답니다 누이여, 세속의 욕망으로 괴로워하는 자여 내 노래를 들으라 둘러쳐진 천막 위에는 황금의 첨탑 아래로는 우아한 중국 비단이 드리워졌네 나 또한 ..
푸른샘 자신보다 누구를 더 사랑할 수 있는지 12/20 자신보다 누구를 더 사랑할 수 있는지? 오늘 月仙里라는 이름 예쁜 동네에 다녀왔습니다. 그 골짜기 어느 집에 사는 한 계집아이를 오랜만에 만나러 간 것입니다. 지난여름 방학의 끝 무렵에 우리 집에 와서 비슷한 또래의 조카들과 어울려 책도 읽고 ..
푸른샘 한 장 반, 연탄의 명상 12/19 한 장 반, 연탄의 명상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
푸른샘 바다는 한 잔의 茶가 되어... 12/17 바다는 한 잔의 茶가 되어... 세 개의 정숙 3. 열 평의 마당 풍로 위에서 물이 아프게 끓는다 찻종에 반쯤 따른다 얼굴에 감기는 김의 뜨겁고 흰 머리카락 짧은 溫氣 속에 몸을 맡기고 창 밖을 내다본다 진눈깨비 친 길이 언덕 위에 눕고 行人이 가고 있다 가고 있..
푸른샘 백련사 연꽃들은 어디에... 12/18 백련사 연꽃들은 어디에... 주말의 조금 남은 햇살을 받으며 강진 쪽으로 향했습니다. 빠르게 한 행보한다면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산길을 산책할 수 있겠다싶었지요. 가벼운 두통과 마음 한켠에 자리한 먹먹한 둔통을 씻기 위한 나들이였습니다. 이제 점차 ..
푸른샘 To sleep, to die is only to dream. 12/15 十四行 이제 죽은 자를 경애하지 말고 죽은 자의 죽음을 생각하라 무성한 잎은 잠자는 나무의 꿈이요 꿈속의 한 안씨러움이로다 내 꿈많은 날의 지상의 윤곽을 아노니 地圖 지닌 자들의 잠든 얼굴이요 눈에 오는 소금기 지극히 가까운 자의 목마름이로다 친구여,..
푸른샘 아주 사소한 꿈 하나로... 12/13 마음 아침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 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군데입니다 작은 창틀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
푸른샘 폭포 - 유하 11/22 폭포 -유하 그대는 무진장한 물의 몸이면서 저렇듯 그대에 대한 목마름으로 몸부림을 치듯 나도 나를 끝없이 목말라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시도 벼랑 끝에 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
푸른샘 그대는 차디찬... 11/20 水仙花, 그 모습보다 노래로 더 익숙한 꽃 그 때 거기에 있었군요. 6장의 찢어진 화피 속에 레이스 달린 속치마같은 부화관을 품은 특이한 꽃. 발레리나의 턴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던... 또오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 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가여..
푸른샘 NIAGARA 11/18 그 많은 물들의 시작은 어디일까? 폭포 근처에서 버스를 내리며, 굉음과 서늘한 물기의 엄습에 위협 당했다. 한 여름의 날씨임에도 긴소매 웃옷으로 덧입으며, 푸르고 넓은 둔덕 넘어 Rainbow bridge 가까이 걸린 무지개를 쫓아 달렸다. 군데군데 꽃처럼 무리지어 산책하는 사람들...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