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깊고 푸른 샘 (160)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푸른샘 침묵 속에는 무엇인가가 가득히... 09/04 침묵 속에는 무엇인가가 가득히... 인어 공주처럼 몇 방울의 거품으로 사라지고 싶습니다. 빼앗긴 혀를 대신하여 춤출 수 있는 다리를 가졌지만,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은 차라리 아침 해 아래 녹아버리는 공기 방울이고 말겠습니다. 내 마음을 조준하여 무..
푸른샘 구월의 노래 08/31 구월의 노래 가을 바닷가를 홀로 걷고 있습니다. 외로울 것이다 염려하는 그대 눈빛을 밀어내며 뜻밖의 담담함으로 떠나왔지요. 삼복의 무더위 속에선 이별의 쓸쓸함도 견딜만 했습니다. 사랑 같은 것이었지 사랑은 아닌, 오랜 집착을 버린 후 고요한 물이 되어 바닷가로 흘러..
푸른샘 열려진 공간 사이로 흐르는 인테르메쪼 08/21 사랑에 관하여 잘은 모르지만 난 사랑이란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또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 봤었다. 그 동안 느낀 사랑이란 감정은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거나, 관습적인 것에 얽매여지지 않는다. 그럴려고 애쓰고, 위선할 뿐. 그 감정은 ..
푸른샘 여류 건축가가 보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08/20 - 여류 건축가가 보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나는 멋을 만드는 멋있는 남자가 좋다. 멋하고 상관없는 남자라면 아예 남자가 아니리라. 표현하기 어려운 멋있는 남자가 좋다. 나는 힘없음을 인정하는 남자가 좋다. 제대로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
푸른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08/17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어제는 가족 휴가로 가까운 無僞寺에 갔습니다. 점심은 가는 도중에 羊탕으로 사먹었습니다. 위에 얹힌 야채 중의 어느 것에선지 향긋한 허브향이 나며, 걸쭉해서 영양 많을 것 같은 음식입니다. 차안에서 계속 중계되는 이산 50년만의 ..
푸른샘 무엇으로 시작하든, 무엇으로 남게되든... 08/15 무엇으로 시작하든, 무엇으로 남게되든... 한 알의 씨앗이 대지에서 구하는 것은 적당한 수분과 자양분, 그리고 하늘의 햇빛과 바람결의 자애로운 慰撫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씨앗 자신이 갖고 있는 생명, 혹은 생명의 의지..
푸른샘 하얀 밤이 遊氷되어 북극해로 떠나기 전에... 08/15 하얀 밤이 遊氷되어 북극해로 떠나기 전에... 새 하늘과 새 땅이 조성되던 천지 창조의 고생대- 암흑과 여명 사이는 아직 혼미하였습니다. 오직 푸르디푸른 달빛만이 교교히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금실 섞인 비단을 짜고 있었지요. 깊이 바닥으..
푸른샘 카페에서 주은 편지 (End) 08/12 내가 잘 아는 여인 3 그녀에게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눈물이 있습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고갈하지 않는 원기가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유머가 있어, 재치 있게 말을 받아넘기기도 하고 남의 약점을 찌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때는 아주 드뭅니다. 그녀는 ..
푸른샘 야자수 나무 아래 몸을 누이고... 08/11 야자수 나무 아래 몸을 누이고... 바다로 향하는 숨은 길을 따라 저속으로 달리다 문득 마주친 하얀 모래밭, 그 발끝에 밀려오던 사파이어 빛 물살을 벅차게 바라보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뜻밖에도 자상하게 준비된 벤취,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하얀새,..
푸른샘 바다의 성전에 올라 (게놈의 흐름에 관한 소고) 08/06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발견할 뿐이다.> 입체파 화가 피카소가 대상물을 대하며 위, 아래, 앞과 뒤에서 보는 視覺을 조합해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작업상의 이야기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엉뚱하게도 우리가 한 사물을 바라볼 때의 ..
푸른샘 Re: 나는 오늘도 역시 깊은 밤에... 08/06 새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성냥갑처럼 조그맣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허전한 맘으로 돈을 세도 네겐 아무 의미 없겠지, 날아오를 하늘이 있으니 너는 알고 있지 구름의 숲, 우린 보지 않는 노을의 냄새 바다 건너 피는 꽃의 이름, 옛 방랑자의 노래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