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르지 않는 여정 (35)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순례자 이제 떠나야 합니까? 11/23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하여 이곳으로 몰려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모든 것들이 오히려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밖에 나갔었다. 내 눈에 띈 것은 여러 곳에 있는 병원들이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말테의 수기>는 이렇게 시작되었..
순례자 천(千)의 얼굴을 가진 에펠 탑 10/17 사진을 "시각(視角)의 예술"이라고 부른다지요? 동일한 에펠 탑이지만 어느 방향에서 어떤 각도로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는가에 따라 다양한 느낌의 풍경이 탄생할 수 있음을 보였주셨군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독과 환희와 사랑과 이별도 그것들을 ..
순례자 Shadha님, 감사합니다. 10/05 파리... 매력이 많은 도시이지요. 루불 박물관 부근의 세느 강변 노천 책가게에서 고서적을 뒤적여 보다가 개선문을 지나 상제리제 거리에 있는 프랑소아즈 사강이 자주 머물었었다는 카페에서 목을 축이고 몽마르뜨르 언덕에 올라가서 착하게 생긴 가난한 화가에게 ..
순례자 시금떨떨한 피자의 맛 08/12 베니스 기차역 부근의 노점에서 피자를 구워 팔고 있었습니다. 대여섯 명의 서양 청년들이 크고 두툼한 피자 하나씩을 손에 들고 길가에 서서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나는 직장 동료와 함께 갔었는데 그때가 저녁 무렵이어서 무언가를 먹어야 할 타이밍이었지..
순례자 피렌체여, 안녕 피렌체 - , 이는 한 장소의 이름이 아니다. 몇 세기에 걸친 땅과 사람의 인연으로 이곳에서 이룩된 문화적 기념탑, 걸출한 예술가들과 그 예술가들을 길러낸 평범한 이웃 주민들, 이 유산을 지키고 있는 후손들, 그리고 지금 이 도시를 방문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붙여..
순례자 다리가 있는 風景 06/22 역사의 이끼가 진하게 끼어 있는 古都의 다리들.. 다리는 강 건너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산물이지요. 여러 세기에 걸쳐 그 다리들 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흘러갔고, 또 얼마나 많은 애환의 사연들이 그곳에 깃들어 있을까요? 사진에서 보는 다리 아래의 물은 멈추어 ..
순례자 숙명의 땅, 피렌체 06/19 피렌체.. 이 고풍스런 도시를 사진으로 굽어보며 르네상스의 얼을 생각합니다. 대리석을 쪼아 그 속에 영혼을 불어넣는 거장들의 망치 소리가 지금도 쉬지 않고 골목들에 울려퍼지고 있는 듯합니다. 뛰어난 예술가 몇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는 우연성의 논리로는 설명될 ..
순례자 나는 自由다. 05/26 보석처럼 빛나던 피콜라 해안이 어둠에 잠기고 카페의 노래 소리도 멈추어졌네. 모든 집들의 문이 잠기고 항구에 정박 중인 배들도 불을 끄고 잠을 청하는 시간, 언덕과 해변 어디에도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을 찾아 헤매는 者의 기척이 없네. 텅빈 해수욕장의 바위에 걸터앉아 ..
순례자 숨은 풍경 느끼기 05/20 그것이 누구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TV 역사 드라마에 나왔던 한 대목입니다. 그림을 배우러 찾아온 젊은이에게 老大家가 이렇게 말합니다. "산과 구름과 물을 그리려고 하지 말아라. 자연은 그리지 말고 그냥 놓아두고 보는 것이 더 좋다. 그래도 정 그리고 싶거..
순례자 樂園 05/15 낙원.. 그렇군요. 지중해의 눈부신 해안 풍광과 더불어 Shadha님이 적어놓으신 '낙원'이라는 어휘가 무리없이 가슴에 젖어듭니다. 호텔에서 잠을 깬 나그네가 아침에 창을 열면서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이 그것 이외에 별로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