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깊고 푸른 샘 (160)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불타는 금각사> 08/18 <불타는 금각사 > 몇 번의 환승을 하고서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은 二條城(니조조)에 닿았다. 언젠가 가본 이가 그곳은 가야한다는 강추 때문이었지만 남의 나라 성에 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긴 싫었다. 御殿의 규모는 넓은 마루를 걷고 수많은 방들을 구경하는 ..
푸른샘 길 2003.8.4 <무릉 가는 길> 새벽이면 항상 내 핸드폰에서 울려나오는 닭 우는 소리로 깨이곤 했는데 이곳의 아침은 희뿌연 창호 밖의 자동차 소리가 잠을 깨운다. 조반은 호텔 일층의 퓨전 식당에서 부페로 제공받는다. 그 많은 숙박객들이 쏟아져 나오니 다양한 식솔들의 소란스러움에 마치..
푸른샘 <달과 육 펜스> 08/15 <달과 육 펜스> 비행기 좌석 포켓에 있는 책자와 신문 한 벌을 읽는 동안 어둠은 짙게 내린다. 바로 발아래 내 추상 속의 열기와 陰濕의 나라 그리고 하얀 눈의 나라. 雪國이 있다. 후지산, 아소산 등 크고 낮은 활화산과 기생화산을 거느린 오름의 나라, 지진의 나라..
푸른샘 <그 길은 아름답다> 08/13 <그 길은 아름답다> 정오에 집을 떠나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밀며 집을 나서면 벌써 내 몸은 내 마음대로가 아니다. 세상의 물줄기가 밀거나 이끄는 대로 흘러가야 한다. 서서히 차량의 흐름 속에 묻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해 논 시간표대로 섞여가야 한다..
푸른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08/02 피가 가장 자리에 묻은 유리 파편은 새벽 공기에 물들어 투명에 가깝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다. 나는 일어나서 나의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 유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저 완만한 흰 곡선을 비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푸른샘 그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Re:나는 슬픈 발라드가 좋다 07/29 Shadha님, 누구의 음악사를 읽으면서 나역시 나의 귀를 스치고 가슴 저 바닥에 차곡히 가라앉은 노래들을 회상해 봅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엄마를 떨어지기 싫었던 시절, 외갓집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홀로 엎드려 듣는 라..
푸른샘 7/20 숲으로 가는 길, 책으로 가는 길. 07/22 숲으로 가는 길, 책으로 가는 길. 숙면 후에 일어나니 휴일 아침은 상큼한 대기로 서늘하기도 하다. 함께 수영장으로 향한다. 가긴 하지만 어제 운동을 하고 씻기도 했고 머리카락이 염소 살균제를 탄 물에 탈색되는 것이 싫어서 수영을 사양한다. 외곽..
푸른샘 7/3 동대문 밖 蝸廬室에서 07/14 7/3 동대문 밖 蝸廬室에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라 할까? 칠월이다. 立夏니 夏至니 하면서도 아직은 설익은 더위를 우습게 알다가 이른 장마에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간혹 비취는 햇살의 따가움을 알듯, 잊을 듯 하는 것이 요즈음의 감각이다. 그래도..
푸른샘 7/7 Surprise July! 07/14 7/7 가도 가도 푸른 녹색의 들판과 아름다운 능선위로 얼음 보송이를 얹은 듯한 아름다운 수목. 가늘게 휜 길의 곡선사이 나지막한 동산 위의 나무들이 장마를 잠시 비껴난 햇살과 바람의 유희 속에 싱싱하다. 아직도 분홍 접시꽃과 메꽃의 잔영이 스치는 길가엔 흰색, 보라색..
푸른샘 고양이 물루처럼... 07/01 고양이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유를 좋아할 뿐이다. 그는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지만 항상 정해진 집으로 되돌아온다. 흔히들 고양이는 사람보다 집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여간 그를 아무에게나 맡..
푸른샘 6/24 나무 빨래판을 산 날. 06/25 여름에 들어서면서 옷가지를 모아서 세탁기에 빠는 일보다는 나오는 대로 주물러 널고싶은 일이 많아졌다. 얇고 흰옷들은 짙은 색의 거친 옷들과 함께 세탁기의 드럼통 속에서 도는 일이 고역일 것이다. 항상 그리 생각하면서도 바쁜 대로 몰아넣고 돌려서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