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루나무 푸른숲 (59)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루나무 Re:제주도 시인의 詩--- 수평선 09/13 수평선 : 이생진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
미루나무 Re:어리석게 묻고 어리석게 답하기 08/17 …… 한데, 어디에 있지 지도에도 없는 꽃밭 무릉(武陵) ******************** 묻는 사람도 바보지만 "네 마음에 있지." 그렇게 답하는 사람도 바보다. 우리는 늘 어리석게 묻고 어리석게 답한다. 보이지 않은 걸 묻는 자들이 길 위를 서성인다. 보지도 못한 것..
미루나무 Re:그녀의 이순은 얼마나 고울까 07/20 축석 고개 넘어 한참을 더 내려와야 닿는 곳, 거기 아이들 모두 떠난 운동장을 망연히 바라보며 갑자기 밀어닥친 잡다한 업무에 짜증만 더해 가던 오후에 한 여인의 자리는 이렇게 융숭하고 우아하였구나. 호남선 차창마다 자지러질듯 초록이 춤을 추었..
미루나무 송정 솔베이지 카페에서 06/09 그 해 겨울, 부산 여행 중에 한 여인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雪花, 눈처럼 하얀 웃음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 여인을 만났습니다. 구비구비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낯선 부산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점심 초대는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인터넷..
미루나무 Re:먼 나라 새로운 감수성 05/27 푸른샘님 저는 늘 부산이 그리웠답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첩첩 산만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다리가 번쩍 들린다는 영도다리하며 이름도 예쁜 해운대는 언제나 동화 속의 꿈 같은 낱말이었습니다. 그 부산을 92년 겨울에 처음 갔었지요. 이미 옛 영도다..
미루나무 책 읽어주는 여자 05/26 팔 뻗어야 겨우 닿을 두 의자 사이에 로즈마리 향이 나비처럼 날아왔다 사라진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너에게 책 한 권 읽어주고 싶다. 너는 눈을 감고 들을까? 눈 감은 세상 뾰족한 콧대 위로 오월의 햇살이 살짝 미끄러질 때 나는 소멸의 아름다움 158쪽을 읽는다...
미루나무 새벽 4시 서울역 05/06 남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4시 서울역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 울부짖지 않는 짐승은 이미 죽은 것이다. 너무 비대해져서 제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서울이 왠지 안쓰럽다. 아직 전철도 안 다니는 시간, 지하 목욕탕으로 내려간다. 더운 물로 여행의 피로를 씻..
미루나무 문학 속의 공간 : 탄광 -- 퍼온 글 04/29 [문학속의공간] 16. 탄광 시커먼 재를 안은채 스러졌다 카지노가 성업중이란다.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와서는 하룻밤 새에 수백, 수천 만원을 잃고, 건물 복도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는 모양이다. `백만원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그곳에..
미루나무 경유지 04/25 바다는 늘 스쳐지나는 경유지였다. 아스라한 수평선을 바라보노라면 갑자기 숨이 콱 막히듯 답답했다. 무한 속에서 슬며시 사라지는 내 자리 한 점 모래알로 빠져나가는 내 인생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서 마침내 안 보이는 나를 찾느라고 허둥댔다. 그래서 나는 늘 바다가 무서..
미루나무 불국사 석축 앞에 서면 04/14 불국사 석축 앞에 서면 내가 한없이 작아진다. 저 육중한 돌을 다듬어 이 곳에 옮겨오고 한치 오차도 없이 반듯하게 올려 놓은 신라인의 지혜와 힘을 느낄 때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가슴 졸이고 별 것도 아닌 일에 마음 다치는 나 사는 꼴이 부끄럽다. 지난 2월 ..
미루나무 숨어만 보다가 04/08 봄이 오는 이 길을 발목이 시큰해지도록 걷고 싶어라 엷은 웃음 입가에 날리며 하롱하롱 떨지는 꽃잎 한 장 가슴에 받아 꽃비에 촉촉히 젖어 연분홍 홍조로 피어 오르고 싶어라 꽃그늘에 내 몸을 누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라 잠시 흰구름이 만들어 내는 알록달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