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줄의 운명 (96)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 정 순 강, 하늘, 그리고 다리 12/10 강이 없었으면 다리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강이 없었으면 하늘이 비춰 볼 수 있었을까. 더불어 배경이 되어 주었다가 사진의 주연이 되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곳들. 나는 영국의 다리 사진을 보면서 '배경'이란 단어를 떠 올렸다. 낯보다 밤에 신비경이 되는 다리 ..
오 정 순 청보라빛 땅덩어리 12/07 내가 60키로도 안되는 소우주 내 땅의 기억을 뒤지면서 그림을 그렸었지요. 정서의 장소가 옮겨질 때마다 표현하는 색이 달라지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때, 청보라빛에 다달았을 때는 그 색에 빠져 혹시 실크 스카프에라도 그 색이 있으면 만나려고 백화점을 뒤지 고 ..
오 정 순 위로의 쉼터 12/04 여기 하늘이란 캔버스가 걸렸습니다. 사람들은 늘그 배경에 무엇인가를 보태며 살아갑니다. 나는 한 그루 나무에서 멋스럽게 세워진 가로등에서 도열하는 가로수에서 몇날의 수고를 깨끗히 씻어내는 위로를 받습니다. 어느새 한 잔의 술이 됩니다. 한 개피 담배가 됩니다. ..
오 정 순 푸른 휘장 12/01 바빠서 예정했던 컬럼이 올라오지 못한다는 말씀이 컬럼을 보는 것보다 듣기 좋습니다. 늘 새로운 세계로 이끄시는 힘에 이끌려 보고 또 보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즐기는 편인데 오늘은 특별하고 새롭습니다. 다른 전문 영역의 골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재미가 붙습니다. 오..
오 정 순 다름의 매력 11/27 다르다. 많이 다르다. 많이 손댄 것도 아름답지만 손대지 않고 어우러진 풍경도 좋다. 비어 있으면 세우고 싶고 세우려면 멋지게 세우고 싶고 세운 것에 질리면 밀어버리고 싶은 우리네의 속성 흥망성쇄의 과정을 겪으며 역사가 이어지는데 우리는 지금 역사의 어디에 무슨 ..
오 정 순 눈물젖은 발자국 11/23 바이올린 소리에 흐느끼고 도리납닥한 얼굴이 그리워서 목마르고 익숙한 것이 그리워서 조금은 서럽고 어딘가에 있을 법한 어눌한 풍경이 보고싶어 두리번거리게 되는 시점, 아무리 사이버 여행이라고 해도 그곳에 발자국을 찍고 온 사람의 기억에는 그 곳이 공기가 회..
오 정 순 나는 사람꽃이 좋다 11/23 많다. 사람이. 좋다. 많다. 느낌이. 좋다. 많다. 볼 것이. 좋다. 많다. 호기심이. 다가가고 싶다. 많다. 많다. 많다. 많다...많다많다많다. '나의 파리'는 가난한데 '땅의 회상'의 파리는 기름지고 풍성하다 아니다. 장그르니에의 시선대로라면 가난하던 시선이 풍요로와졌..
오 정 순 차라리 열꽃이라고 말할래요 11/19 예술혼이 작가안에 담겨 있을 때는 열정이란 이름으로 불리지요 표현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면 봉오리가 터지고 무슨 매체에건 열꽃으로 핍니다. 한 사람의 열정이 역사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숨쉴 때 그는 사람이 아니라 신의 도구가 되는 셈이지..
오 정 순 머물고 싶어라 11/16 맛도 모르고 멋도 모르고 뜻도 모를 세계 속에서 내가 사는가? 나도 남에게 감동을 주며 살 수 있다면..... 나도 남에게 기쁨을 주고 살 수 있다면... 나도 남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자연은 그냥 그대로 보는 사람이 느끼고, 안기고 품고 돌아가는데..... 나, 사람인데 자..
오 정 순 내 몸은 땅, 기억의 공간, 11/15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하였지요. 내 몸은 땅, 기억의 공간 누군가 투명하면 내 기억의 그림자가 그에게서 반사되어 보인다는 것을... 아파트의 맞은편 동을 바라보고 베란다에 서봅니다. 우리 동 건물의 그림자가 그 동의 창문에 추상도안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창..
오 정 순 슬픈 아름다움 11/11 얼마 전에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좋아하는 단어 하나만 말해주십시요." '아름다움' 오늘 나는 슬픔이 주는 이름다움을 보았습니다. 풍요의 아름다움은 깊은 울림이 없으나 절박하고 처절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서는 생명의 진실로 아름다움을 피워 냅니다. 날마다 씻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