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告白과 回想 (133)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개성공단으로 떠나기 앞서 유배지로 떠나는 마음 세상을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 내게 그런일이 생겼다.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개성공단에 몇개의 공장을 설계하고 감리를 해서 두개의 공장은 준공을 하여 가동을 하고 있고, 두개의 공장이 다시 건립되고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내 공사의 감리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감리자 지정만 해놓고 한달에 한 두번 당일치기로 올라가서 현장점검하고 내려오는 것이 관례였고 그렇게 해왔었다. 약 한달전 내가 개성공단에 갔다올 때 내 이름으로 감리자 지정을 하고 돌아왔었다. 그동안 감리자로 지정되었던 직원이 건축사 시험을 치기위해 사직했기 때문에 고급 기술자 자격 이상이..
전업주부가 된 남편 비내리는 날 성북고개 산책길에서 이 글은 훗날, 오늘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하여 일기처럼 적은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아내를 본다. 가녀린 아내의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인 나보다 더 생활력이 강해지고 억척스러워진 아내였지만 여린 여자임에는 틀림없었다. 온실에서 자란 듯 세상 물정도 모르고 여리던 아내가 강해지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 2차례에 걸친 나의 사업실패와 경제적 몰락, 그리고 내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후부터 남편을 대신하여 현실로 다가오는 거친 세파를 넘기 시작하면서 그리 변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잠든 아내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미 전업주부가 되어버린 나를 보게 되었다. 남편이고 아버지이며 가장이었던 사람이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꽤..
삶의 반환점에서 나를 갱신한다. 나를 위해 나에게 존속되고 존속시키던 것을 끊다.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삶의 반환점을 정하는 것에 시간적 길이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이 내 삶의 반환점이라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아주 우연한 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일주일의 일과가 마무리되는 지난주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오랜동안의 건축 인연으로 내 곁에 머무는 p소장과 에소프레소를 마셨다. 해가 뜨기도 전, 산책길에 나섰던 파리의 세느강변에서 마시던, 몽마르뜨 언덕의 빨간색 카페에서 마시던 에소프레소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혀끝에서 아주 씁쓸하면서도 목안을 타고 넘어갈 때는 깊은 향이 나는, 어쩌면 ..
미술관으로 가는 남자 부산시립미술관과 광안리 어방축제 현장을 지나며 삶을 영위하는 일.미술관의 뜰에 앉아 그것에 관하여 생각한다.몇 해 전부터 한달에 한번 가는,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특별히 바쁜 일정이 없으면 항상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간다.전시회가 없는 날이면 미술관뜰에라도 앉아 잠시 머물다가 온다.그 어느 곳 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한달 중 병원에 가는 날, 하루만 나는 아픈 사람이고,나머지 날들은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아프지 않은 건강한 다른 사람들과 모든 것이 똑같기 때문이다.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다.다만 나는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보다조금 더 빠르게 뛰는 심장때문에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쩌..
아빠와 딸의 데이트 부모와 자식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보고 배우며,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갑자기 저녁식사 데이트를 청했다. 큰 딸이 아빠에게 저녁을 사겠다며 데이트를 제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나와 서면에 있는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를 나에게 인사시키려는 것일까? 성격이 까다로운 제 엄마에게 인사시키기 전에 미리 나에게...? 큰 딸이 제안한 저녁식사의 장소는 몇 년 전까지, 딸들이 대학을 다닐 때까지, 가족들을 데리고 이따금 외식을 하러 가던 펍 레스토랑 였다. 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게 되고, 아내 또한 아내의 일때문에 저녁시간을 자주 같이 하지 못하게 되어 몇 년동안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
숭례문과 낙산사 문화유산관리에 관한 유감 有感 숭례문이 불타고 있는 장면을 바라 보면서 나는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넋을 놓았다가 이내 분노로 변해갔다. 2005년 4월 5일 양양 낙산사의 소실 때 느끼던 분노보다 훨씬 더 큰 분노가 가슴을 덮어 망연자실하게 했다. 낙산사 화재 때에도 모든 언론 매체들이 지금처럼 문화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연일 떠들어 댔고, 정부나 문화재 관리청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형식적인 말 뿐이었다. 그 후 3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을 태웠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을 지른 70대 노인이 숭례문을 태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형식적인 문화유산관리를 해 오던 대한민국이 후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
가장 소중한 선물 한 권의 책과 피아노 연주 ...지배적인 생각이나 마음가짐은 자석처럼 비슷한 것을 끌어 당기는 법이므로 마음가짐이 어떠하든 그에 어울리는 조건이 삶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마음에서 전송되는 파동은 가장 정교하고, 따라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다... .....中에서 찰스 해낼.... ...우리에게는 두 가지 감정이 있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그리고 우리는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안다. 좋은 감정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감정이 생기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우울, 분노, 원한, 죄책감, 이런 감정이 느껴지면 힘이 빠진다. 그것들은 나쁜 감정이므로... 기분이 좋아진다면 좋은 감정과 느낌이 왔다는 뜻이다. 흥분, 기쁨, 감사, 사랑, 이런 감정을 날마다 느낀다면 ..
라흐마니노프와 서혜경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포기해서는 안될 건축 ....무대에도 객석에도 불이 꺼졌다. 객석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허락해주셔서…. 피아니스트 서혜경(48).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3번 협연을 한 그녀는 지난 2006년 10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연주회를 강행하려는 그녀에게 의사는 고 물었고 그녀는 주저 없이 피아노를 택했다. 피아노 없는 삶은 의미가 없었기에. 하지만 암세포는 이미 오른쪽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절제해야 할 정도로 넓게 퍼진 상태. 주치의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신경과 근육조직은 남겨두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초정밀 수술을 했다. 서씨는 1년여 동안 33차례의 방사선 치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2007년에도 변함없이 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2008년에는 원하시는 모든 소망 이루시고 행복과 건강하신 날들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언제나 바쁜 걸음으로 살던 사람이 느려진 발걸음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1년이였습니다. 서둘지 않음에, 한가해진 일상에 익숙치 않은 습관으로 때로는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 좌절하기도 했던 그 1년. 다시 돌아보니 그 느려졌던 발걸음이 저를 다시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더욱 더 겸손하게, 더욱 더 열심히 스스로가 세워놓은 삶의 목표를 향해 다시 달려 가려 합니다. 2007년 1월 남해바다가 푸른 통영에서 시작하여 2007년 12월 서울 크리스마스 풍경까지 그 지나온 흔적속에 행복한 순간들과..
풍경과 사람 사진의 회상 내가 찍는 사진에는 사람이 없다. 자연의 풍경이거나, 고궁이거나, 山寺이거나, 도시의 풍경에서도 삭막할 만큼 사람이 없다. 그것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날과 시간대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연이나 건축물등의 피사체속에 들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사람이 들면 혼란스러워지고, 세상사는 복잡함이 끼어들게 되면서 정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진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내가 찍는 사진에는 차가운 고독감만이 감돌고 있음을 스스로도 감지한다. 그런 사진들을 �어보면서 아주 드물게 사람들의 모습이 풍경속에 들어 있음을 본다. 풍경과 어우러져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들의 뒷 모습과, 풍경보다 더 고독하게 보이는 모습, 풍경보다 더 경이로운 느낌을 주는 모습, 풍경속에서 더 ..
가을의 斷想 덫 가을부터 겨울까지에 이르는 풍경들이 좋다. 푸르른 하늘아래 코스모스가 어우러지게 피어 한들거리고 노오란 은행잎과 단풍이 커피향과 멋드러지게 어울리며 찹찹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속에 멋낼 수 있는 옷차림을 할 수 있어서 가을이 좋다. 그러나 틈틈이 담아 두었던 2004년 이후의 나의 가을 풍경속에는 왠지 알 수 없는 아픔이 배여 있다. 사업의 실수로 인한 악연의 덫 하나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심장을 죄고 있으면서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 하나의 덫만 털어 낼 수 있다면 나는 부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데, 그것은 내 삶의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려는 운명의 덫처럼, 나의 마음의 여유와 심장을 파먹어 가고 있다. 이 가을에는 그 악연의 덫을 털어..
낙동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가을 큰 딸의 성형수술과 아빠의 마음 추석연휴 5일이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흐린 날씨와 간간히 내리는 가을비속에서도 모처럼 모인 가족들의 가족애는 맑았다. 오후 2시반 열차를 타고 집을 떠나 서울로 가는 작은 딸을 부산역에서 배웅하고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낙동강으로 달려가 가을이 와 머무는 김해평야가 한눈에 보이는 강 건너 한적한 낙동강변의 뚝길위를 산책한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토요일 큰 딸은 동생을 데리고 서면으로 나가서 얼굴에 약간의 지방을 옮기는 지방이식 수술과 코의 윤곽을 올리는 성형수술을 했다. 큰 딸은 아내와 나에게 두번 다시는 얼굴에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자신만의 어떤 컴플랙스를 해결하려 했다. 큰 딸..